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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드릭 배크만 장편소설 ·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책을 읽다 보면 작가의 이름만으로 다음 책을 찾아보게 되는 경우가 있다.
나에게 프레드릭 배크만이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처음 만난 작품은 **『오베라는 남자』**였다.
처음에는 까칠하고 괴팍한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오베라는 사람의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외로움과 상처, 그리고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보이기 시작했다.
웃으면서 읽다가 어느 순간 마음이 먹먹해지는 경험이 좋았다.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나니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들었다.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른 책도 읽어봐야겠다.'
그렇게 2021년4월,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 바로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다.
일곱 살 엘사와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할머니
이 책의 주인공은 일곱 살 소녀 엘사다.
엘사는 또래 아이들과 조금 다르다.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을 거침없이 이야기하고, 어른들이 사용하는 말이나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도 자신만의 생각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때로는 주변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학교에서도 힘든 일을 겪는다.
하지만 엘사에게는 세상 누구보다 특별한 사람이 있다.
바로 할머니다.
엘사의 할머니는 평범한 할머니와는 거리가 멀다.
때로는 엉뚱하고, 때로는 과격해 보이기도 하지만 엘사에게만큼은 누구보다 든든한 존재다.
할머니는 엘사에게 현실의 이야기뿐 아니라 자신만의 상상 속 세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엘사에게 할머니는 단순히 가족 중 한 사람이 아니라 자신을 가장 잘 이해해주는 친구이자 세상으로부터 자신을 지켜주는 사람이었다.
그런 할머니가 병으로 세상을 떠나게 된다.
엘사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세상을 떠나기 전에 엘사에게 특별한 부탁을 남긴다.
자신이 미안하다는 말을 몇몇 사람들에게 전해 달라는 것이다.
엘사는 할머니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아파트 곳곳을 돌아다니며 편지를 전댤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바로 그때부터 이야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내가 알고 있던 이웃이 전부가 아니었다
엘사가 편지를 전달하기 위해 찾아가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그저 평범한 아파트 이웃들처럼 보인다.
어떤 사람은 까칠하고, 어떤 사람은 무뚝뚝하고, 또 어떤 사람은 가까이하기 어려워 보인다.
엘사의 눈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한 사람씩 만나면서 엘사는 그들에게도 각자의 이야기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이 그 사람의 전부가 아니었던 것이다.
누군가는 마음속에 상처를 가지고 있었고, 누군가는 외로움을 견디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가 할머니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엘사는 조금씩 할머니를 이해하게 된다.
처음에는 단순히 **'할머니가 시킨 심부름'**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점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할머니가 왜 이 사람들에게 미안하다고 전해 달라고 했는지, 왜 자신에게 이런 일을 부탁했는지 알아가는 과정에서 엘사는 자신이 몰랐던 할머니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웃음 속에 숨어 있는 따뜻함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야기가 무겁기만 하지 않다는 것이다.
할머니와 엘사의 대화나 아파트 이웃들의 모습에는 엉뚱하고 재미있는 부분이 많다.
그래서 책을 읽다 보면 피식 웃게 되는 장면들이 있다.
특히 엘사의 시선으로 어른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재미있다.
어른들에게는 당연한 것처럼 보이는 일도 엘사의 눈에는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되기도 한다.
그런 엘사의 솔직한 시선 때문에 이야기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그런데 웃으며 읽었던 이야기들이 어느 순간 마음을 건드린다.
사람마다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고, 우리가 알고 있는 모습보다 훨씬 복잡한 마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사실을 자연스럽게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책을 읽으며 나도 주변 사람들을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이웃의 이야기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아파트에 살다 보면 매일 마주치는 사람들이 있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나 인사를 나누기도 하고, 같은 공간에서 오랫동안 생활하면서 얼굴 정도는 알고 지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에 대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정말 얼마 되지 않는다.
매일 같은 시간에 출근하는 사람들에게도 우리가 모르는 하루가 있고, 무뚝뚝하게 인사하는 이웃에게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연이 있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은 겉으로 보이는 모습만으로는 알 수 없구나.
누군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봐야 한다.
그리고 때로는 내가 조금 불편하게 생각했던 사람에게도 내가 일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따뜻한 힘이 아닐까 싶다.
할머니가 남긴 것은 편지가 아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점점 궁금해지는 것이 있다.
할머니는 왜 엘사에게 이런 부탁을 남겼을까?
처음에는 그저 이상하고 엉뚱한 부탁처럼 보인다.
하지만 엘사가 편지를 전달하면서 한 사람씩 만나고, 그들의 이야기를 알아가면서 할머니의 진짜 마음도 조금씩 드러난다.
할머니는 엘사에게 단순한 심부름을 시킨 것이 아니었던 것 같다.
엘사가 앞으로 살아가면서 만나게 될 수많은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리고 엘사는 그 과정을 통해 조금씩 성장한다.
할머니가 떠난 뒤에야 할머니가 자신에게 얼마나 많은 것을 남겨주었는지 깨닫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고 나면 제목도 처음과 다르게 느껴진다.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처음에는 재미있고 조금은 엉뚱한 제목처럼 느껴졌지만, 이야기를 다 읽고 나면 그 말 안에 담긴 할머니의 마음이 오래 남는다.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이 책을 선택했다면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는 주인공과 이야기가 전혀 다르지만, 책을 읽고 난 뒤 느껴지는 따뜻함에는 비슷한 부분이 있다.
두 작품 모두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이 서로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가족과 이웃, 상처와사랑, 그리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이야기한다.
특히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던 인물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다르게 보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그래서 프레드릭 배크만의 책을 읽으면 사람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다.
**'저 사람은 왜 저럴까?'**라고 생각하기 전에 **'혹시 저 사람에게도 내가 모르는 이야기가 있는 것은 아닐까?'**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다.
2021년 4월에 읽었던 책을 다시 떠올리며
이 책을 읽은 지 벌써 시간이 꽤 흘렀다.
2021년 4월.
『오베라는 남자』를 읽고 프레드릭 배크만의 다른 작품이 궁금해서 바로 구입했던 책이다.
시간이 지나 책의 모든 내용을 세세하게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책을 읽으며 느꼈던 웃음과 따뜻함은 기억에 남아 있다.
특별하고 거창한 사건보다 작은 가족 이야기와 이웃들의 소소한 에피소드가 이어졌던 것도 좋았다.
무엇보다 책을 덮은 뒤 주변을 바라보는 마음이 조금 달라졌던 것 같다.
우리가 매일 만나는 사람들.
가족이라고 해서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도 아니고, 오랫동안 알고 지낸 이웃이라고 해서 그 사람의 마음을 다 아는 것도 아니다.
누구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이야기가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그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사람을 조금 더 따뜻하게 바라보게 하는 책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는 단순히 어린 소녀와 할머니의 이야기가 아니다.
한 사람이 세상을 떠난 뒤 남겨진 사람들이 서로의 마음을 알아가고, 그 과정에서 한 아이가 조금씩 성장하는 이야기다.
웃음이 있고, 엉뚱함도 있고, 마음 아픈 순간도 있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난 뒤 가장 오래 남는 것은 결국 사람에 대한 따뜻함이었다.
누군가를 쉽게 판단하지 않는 것.
가까운 사람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가지는 것.
그리고 때로는 말 한마디와 작은 관심이 누군가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
2021년 4월에 읽었던 이 책을 다시 떠올리면서, 그때 내가 느꼈던 따뜻함이 무엇이었는지 조금은 알 것 같다.
우리 주변에는 엘사와 할머니처럼 특별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생각보다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나 역시 누군가에게는 아직 다 알지 못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일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은 시간이 지나도 한 번쯤 다시 떠올려 볼 만한 책으로 기억하고 있다.
책 정보
| 구분 | 내용 |
| 제목 |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 |
| 저자 | 프레드릭 배크만 |
| 옮긴이 | 이은선 |
| 출판사 | 다산책방 |
| 독서 시기 | 2021년 4월 |
※ 본문에 사용한 책 사진은 직접 소장하고 있는 책을 촬영한 사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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