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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1·2』

펴낸 곳 : 나무옆의자

이 글에는 『불편한 편의점 1·2』의 주요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가 일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직접 소장하고 있는 『불편한 편의점 1·2』를 촬영

2022년 5월, 조카가 보내준 한 권의 책

『불편한 편의점』 1편을 처음 마주한 것은 2022년 5월쯤이었다.

 

책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조카가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며 지방에서부터 책을 우편으로 보내주었다.

 

그렇게 조카가 보내준 책 한 권이 내 책장에 자리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제목이 조금 재미있었다.

 

불편한 편의점.

 

편의점은 우리에게 가장 익숙하고 편리한 공간 중 하나인데, 그 앞에 '불편한'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으니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했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그 이유를 조금씩 알게 되었다.

 

청파동에 자리한 작은 편의점.

 

그곳에서 만나는 사람들은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었다.

 

취업을 걱정하고, 가족과의 관계 때문에 고민하고, 자신의 일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힘들어하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들의 이야기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그들이 낯설게 느껴지지 않는다.

 

어쩌면 그 모습이 나의 모습일 수도 있고, 내 가족이나 친구의 모습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서울역에서 만난 독고 씨

『불편한 편의점』의 중심에는 청파동 작은 편의점의 주인 염여사와 독고 씨가 있다.

 

염여사는 우연히 서울역에서 지갑을 잃어버렸다가 독고 씨를 만나게 된다.

 

독고 씨는 홈리스 생활을 하고 있었고, 커다란 덩치에 말도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누군가라면 그냥 지나쳤을지도 모르는 인연이었다.

 

우리도 살아가면서 수많은 사람을 스쳐 지나간다.

 

길에서 마주치는 낯선 사람,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사람, 매일 출퇴근길에 마주치는 사람들.

 

대부분은 서로에게 특별한 의미를 갖지 않는다.

 

그런데 염여사는 독고 씨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에게 자신의 편의점에서 야간 아르바이트를 해보지 않겠느냐고 제안한다.

 

그 순간부터 작은 편의점에서 조금 특별한 이야기가 시작된다.

 

처음에는 커다란 덩치와 홈리스라는 이력 때문에 사람들에게 불편한 존재처럼 보였던 독고 씨.

 

하지만 편의점에서 그를 만난 사람들은 조금씩 생각이 달라진다.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자기만의 이야기가 있다.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사연이 있다.

 

취업이 되지 않아 고민하는 사람.

가족과 제대로 소통하지 못해 힘들어하는 한 집안의 가장.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제대로 풀어내지 못해 괴로워하는 사람.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한 사람들이지만, 그들 역시 각자의 삶에서 크고 작은 상처를 가지고 있다.

 

독고 씨는 많은 말을 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준다.

 

그리고 서툴지만 따뜻한 방식으로 그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그 모습이 책을 읽는 동안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힘든 일이 생기면 무언가 해결해주려고 한다.

 

좋은 말을 해주려고 하고, 정답을 알려주려고 한다.

 

하지만 때로는 해결책보다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 한 명이 더 필요할 때가 있다.

 

독고 씨는 바로 그런 사람이었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면서 자신의 상처를 마주한다.

독고 씨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과거도 조금씩 드러난다.

 

그는 자신이 과거에 유명한 성형외과 의사였다는 사실을 기억해낸다.

 

그리고 결국 편의점을 떠나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간다.

 

책을 읽고 난 뒤 나는 독고 씨의 이야기를 단순히 '사람들을 도와준 한 남자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과정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사람의 이야기에 더 가까웠다.

 

누군가의 상처를 바라보다 보면 나의 상처도 보일 때가 있다.

 

다른 사람에게 건넨 위로가 결국 나에게 돌아오기도 한다.

 

그래서 『불편한 편의점』은 사람을 치유하는 이야기에 앞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연결되는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누구에게나 말하지 못한 사연이 있고, 쉽게 꺼내지 못하는 아픔이 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거창한 위로나 해결책이 아니라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 줄 수 있는 작은 공간인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다시 도착한 

그런데 같은 해 9월.

 

조카에게서 또 하나의 우편물이 도착했다.

 

이번에는 『불편한 편의점 2』였다.

 

이미 독고 씨가 떠난 편의점.

 

'독고 씨가 떠난 자리에는 어떤 이야기가 남아 있을까?'

 

궁금한 마음으로 책의 첫 장을 넘겼다.

 

2편에서는 독고 씨의 뒤를 밟아달라는 의뢰를 받은 전직 경찰 출신 곽씨가 편의점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곽 씨는 독고 씨와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사람들과 소통한다.

 

독고 씨가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었다면, 곽 씨는 보다 유쾌하고 느긋한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사람을 위로하는 방법은 하나가 아니었다.

 

누군가는 조용히 옆에 있어주는 것으로 위로하고, 누군가는 웃게 해주는 것으로 위로한다.

 

『불편한 편의점 2』 역시 거창한 사건보다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을 중심으로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보여준다.

 

그런데 2편을 읽으면서  내게는 조금 다른 이야기가 오래 남았다.

 

바로 염여사와 아들의 관계였다.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와 그것을 바라보는 자식

오로지 자신의 사업을 위해 엄마의 돈이 필요했던 아들.

 

편의점을 처분하려 했던 아들은 엄마의 병든 모습을 마주하면서 조금씩 편의점 생활에 적응하고, 엄마를 이해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현실에서 충분히 있을 법한 모습이다.

 

부모와 자식이라고 해서 언제나 서로를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아니다.

 

가까운 사이이기 때문에 오히려 자신의 입장만 생각할 때도 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나이가 들어가는 부모와 그 곁에 있는 자식의 관계를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는 부모가 언제까지나 같은 모습으로 우리 곁에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어느 순간 부모도 늙고, 생활의 방식도 달라지고,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온다.

 

그때 비로소 우리는 이전에는 보이지 않았던 부모의 모습을 바라보게 되는 것 같다.

 

염여사 역시 자신의 남은 삶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 생각하고, 독립을 준비한다.

 

그 모습이 오히려 마음에 오래 남았다.

 

딸로서 내가 부모님께 느꼈던 감정들이 떠올랐고, 언젠가 나의 나이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볼 우리 딸들의 모습도 생각났다.

 

그래서인지 이 부분은 오래 남았고, 가슴 한편이 아려왔다.

잘 살아간다는 것에 정답이 있을까

책을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일까?

 

아마 그 정답을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돈을 많이 버는 것일까.

좋은 직업을 갖는 것일까.

가족과 항상 행복하게 지내는 것일까.

아니면 아무런 걱정 없이 편안하게 사는 것일까.

 

어쩌면 잘 살아간다는 것은 그런 하나의 기준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살면서 우리는 끊임없이 부딪친다.

 

가족과 갈등하고, 친구와 오해하고, 직장에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며 때로는 상처받는다.

 

그러면서 조금씩 서로를 이해한다.

 

그리고 다시 이야기한다.

 

때로는 사과하고, 때로는 용서하고, 때로는 적당한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 과정 자체가 어쩌면 잘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까.

 

『불편한 편의점』이 따뜻하게 남는 이유

1편과 2편을 모두 읽고 나니 두 책에는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마다 위로하는 방법은 다르다.

 

누군가는 묵묵히 들어준다.

누군가는 웃음을 준다.

누군가는 따뜻한 말 한마디를 건넨다.

 

그리고 위로를 받아들이는 방법 역시 사람마다 다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결국 사람과 사람이 서로에게 마음을 내어주는 것이 아닐까.

 

『불편한 편의점』은 거대한 사건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에 와닿았다.

 

편의점이라는 아주 익숙한 공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결국 내가 살아온 삶과, 내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삶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는 힘들어하고 있고,

누군가는 외로워하고 있으며, 

누군가는 자신의 상처를 숨긴 채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간다.

 

그리고 때로는 그런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 대단한 도움이 아니라 따뜻한 말 한마디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누군가일 수 있다.

 

2022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생각하며

2022년 5월.

 

조카가 보내준 『불편한 편의점』 1을 읽었다.

 

그리고 같은 해 9월.

 

다시 조카가 보내준 『불편한 편의점 2』를 읽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다시 두 책을 떠올려보니, 처음 읽었을 때와는 조금 다른 부분들이 마음에 들어온다.

 

특히 2편에서 염여사와 아들의 관계를 바라보면서 나이 들어가는 사람과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을 생각하게 되었다.

 

아마 책은 읽는 사람의 나이와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오는 것 같다.

 

같은 문장을 읽어도 어느 시기에 읽느냐에 따라 마음에 남는 부분이 달라진다.

 

그래서 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지난 뒤 다시 생각나기도 하는 것 같다.

 

『불편한 편의점 1·2』는 내게 그런 책이었다.

 

특별하지 않은 사람들의 특별하지 않은 하루.

 

하지만 그 안에 사람을 이해하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자신의 삶을 다시 바라보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인생을 살아가는 소소한 나와, 내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그래서 더 위안이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책을 덮고 난 뒤 거창한 감동이 남았다기보다, 마음 한편에 조용한 따뜻함이 남았다.

 

어쩌면 우리가 잘 살아간다는 것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마 그것이 내가 기억하는 『불편한 편의점』의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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