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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고 나면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가능하면 언제 읽었는지, 언제 선물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를 책에 기록해 둔다.
시간이 지나 다시 책장을 바라보았을 때, 그 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 책을 만나게 된 순간까지 함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서점에서 직접 골라 읽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책은 선물로 내게 온다.
김영하의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직접 골라서 읽은 책이 아니었다. 2022년 10월 20일, 조카에게 선물받았다. 책을 읽고 난 뒤 책에 남겨둔 기록을 보니 그 날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기록을 다시 보니, 책의 내용과 함께 조카에게 책을 선물받았던 순간까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그래서 이번에는 책의 내용뿐 아니라 이 책을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부터 다시 이야기해 보고 싶다.

김영하 작가의 책을 처음 읽다
김영하 작가의 이름은 이전부터 알고 있었다. 책을 통해서라기보다 TV에서 가끔 작가의 모습을 보면서 먼저 알게 된 작가였다. 그래서 언젠가 책을 한번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특별히 어떤 작품부터 읽어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지는 않았다.
책을 받아들었을 때의 첫인상은 지금도 기억난다.
'이 책은 어떤 이야기일까?'
제목만으로는 어떤 내용인지 쉽게 짐작하기 어려웠다. 책을 펼쳐 읽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나는 한 소년과 아버지의 이야기 정도로 생각했다.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상에서 이야기가 시작되니 처음에는 크게 낯설지 않았다. 그런데 읽어갈수록 내가 생각했던 이야기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평범한 소년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작별인사』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철이는 유명한 IT 기업의 연구원인 아버지와 평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을 맞닥뜨리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알고 있던 세계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후 철이는 수용소에서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놓인 존재들을 만나게 되고, 그들과 함께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처음에는 그저 한 소년의 모험이나 성장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과 달리 미래 사회와 인간을 닮은 존재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지면서 조금 당황스럽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미래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나 로봇, 기계와 관련된 이야기를 특별히 좋아하는 편이 아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을 끝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장을 계속 넘기게 되었다.
좋아하지 않는 장르인데 점점 빠져들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은 바로 이 지점이었다. 내가 평소 선택하지 않는 장르의 책인데도 어느 순간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기계 인간에 대한 이야기인가?' 하는 생각으로 읽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단순히 기계나 미래 사회에 관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느끼는 존재가 있다면 우리는 그 존재를 어떻게 바라보게 될까. 우리가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기억일까, 감정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일까.
이런 질문들이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있었다.
특히 뒤로 갈수록 **'나는 무엇을 인간답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직접 답을 찾아야 하는 문제처럼 느껴지는 순간도 있었다. 처음에는 등장인물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집중했다면,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내가 처음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오래 생각하게 만든 책으로 남았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새로운 시선을 만나는 일
나는 책을 선택할 때 나름대로 익숙한 방향이 있다.
읽어본 작가의 다음 작품을 찾기도 하고, 주변에서 좋다는 이야기를 들은 책을 고르기도 한다. 제목이나 책 소개를 보고 마음이 가는 책을 선택하기도 한다.
그런데 내가 익숙한 분야의 책만 찾다 보면 새로운 이야기를 만날 기회가 자연스럽게 줄어드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받는 일은 조금 특별하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을 책을 만나게 해주기 때문이다.
『작별인사』도 그랬다.
조카가 선물해 주지 않았다면 내가 이 책을 선택했을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조카 덕분에 평소 관심을 두지 않았던 미래 사회와 인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처음 책을 펼쳤을 때와 생각이 조금 달라져 있었다.
'나는 이런 이야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라고 생각하면서 시작했는데, 마지막에는 '생각보다 오래 생각하게 하는 이야기였구나.'라는 마음으로 책을 덮었다.
어쩌면 이것이 누군가에게 책을 선물받는 즐거움인지도 모르겠다.
2022년 10월 20일, 조카가 준 책
책장을 정리하다가 이 책을 다시 꺼내 들면 책의 내용보다 먼저 책에 남겨둔 기록이 눈에 들어온다.
2022년 10월 20일.
조카에게 선물받은 날이다.
나는 책을 만났을 때의 날짜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기록해 두는 습관이 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책을 펼쳤을 때 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때의 나와 책을 건네준 사람까지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이 지나면 책의 세부적인 내용은 희미해질 수 있다. 하지만 '이 책은 조카가 선물해 줬던 책'이라는 기억은 오래 남는다.
그래서 내게 책은 단순히 읽고 지나가는 물건이 아니다.
한 권의 책에는 그 책을 만났던 시간과 사람이 함께 남는다.
책을 읽고 나서 오래 남은 생각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은 즐겁다. 하지만 가끔은 익숙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나보는 것도 필요한 것 같다. 내가 좋아하는 것만 계속 선택하면 새로운 생각을 만날 기회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작별인사』를 읽으며 그런 생각을 했다.
나는 원래 미래를 배경으로 하거나 로봇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즐겨 읽는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니 관심의 대상이 미래 기술이나 기계 자체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결국 이 책이 내게 남긴 것은 미래에 대한 호기심보다 '인간답다는 것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에 가까웠다.
그리고 그 질문은 책을 덮었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었다.
시간이 지나 책을 다시 바라보면서 또 한 번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가운데 정말 당연한 것은 얼마나 될까.
누군가를 사람답게 만드는 것은 무엇일까. 그리고 우리가 사랑하고 아끼는 존재와 헤어지는 순간, 우리는 어떤 말을 남기게 될까.
그래서인지 책을 덮고 나서야 『작별인사』라는 제목이 조금 다르게 다가왔다.
몇 년이 지나 다시 만난 『작별인사』
책은 읽는 순간보다 시간이 지난 뒤에 더 다르게 다가올 때가 있다.
2022년 이 책을 읽었을 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조금 달라졌다.
그때는 미래 사회와 기계 인간이라는 소재에 관심을 두고 읽었다면, 지금 다시 생각해 보면 인간과 관계,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이 더 오래 남는다.
무엇보다 이 책은 내게 선물받은 책도 좋은 독서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내가 직접 고른 책이 아니어도, 평소 좋아하는 장르가 아니어도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로는 다른 사람이 건넨 한 권의 책이 내가 평소 바라보지 않았던 세계를 보여주기도 하기 때문이다.
조카가 선물해 준 『작별인사』가 내게 그랬다.
처음에는 낯설었던 이야기였지만, 마지막 책장을 덮고 나니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았다.
내게 『작별인사』는 그런 책으로 남아 있다.
책 정보
| 구분 | 내용 |
| 도서명 | 『작별인사』 |
| 저자 | 김영하 |
| 출판사 | 복복서가 |
| 출간 | 2022년 |
| 선물 기록 | 2022년 10월 20일, 조카에게 선물받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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