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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이 글에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요 내용과 인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

2024년 10월, 반갑고도 놀라운 소식이 들려왔다.

 

한국의 작가 한강이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었다.

 

스웨덴 한림원은 한강 작가에게 2024년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며, 역사적 트라우마를 마주하고 인간의 연약함을 드러내는 그의 강렬하고 시적인 산문을 높이 평가했다.

 

그 소식을 들었던 순간, 가장 먼저 『소년이 온다』가 떠올랐다.

 

이미 한강 작가의 작품을 한 번 읽어본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혹시 책이 한동안 품절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그날 오후 늦은 시간 온라인으로 급하게 책을 주문했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주문한 책이 바로 **『작별하지 않는다』**였다.

 

그리고 책을 다 읽은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이 책을 단순히 '노벨문학상 수상작가의 소설'이라는 이유로 읽은 것은 아니었던 것 같다.

 

이 책은 결국 기억에 관한 이야기였고, 죽은 사람과 산 사람이 끝내 작별하지 않는 것에 관한 이야기였다.

 

『소년이 온다』에서 다시 느낀 슬픔

한강 작가의 작품을 읽고 나면 쉽게 잊히지 않는다는 인상이 있다.

 

특히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가 그랬다.

 

광주민주화운동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다루면서 죽은 사람과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소리를 따라가게 만들었던 그 작품은, 책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남아 있었다.

 

죽은 이들의 목소리가 단순한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라 지금 살아 있는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는 것처럼 느껴졌다.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다시 느꼈다.

 

다만 이번에는 광주가 아니라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상처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그 상처는 소설 속 과거에만 머물러 있지 않았다.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현실일까, 꿈일까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으면서 가장 어려웠던 부분은 이야기의 경계를 구분하는 일이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꿈속에서 벌어지는 일인지,

이미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주인공 경하의 기억과 환상이 만들어낸 것인지,

 

책을 읽는 동안 계속해서 이런 질문을 하게 됐다.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장면은 현실일까?"

 

그리고 책장을 넘기다가도 앞의 내용을 다시 확인하기 위해 몇 페이지를 되돌아가 읽게 됐다.

 

이 책은 뒤 페이지로만 달려가게 만드는 소설이라기보다, 한 번 읽은 문장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소설이었다.

 

어쩌면 그 혼란 자체가 이 작품을 읽는 중요한 경험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눈 내리는 벌판에서 시작된 이야기

주인공 경하는 소설가다.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설을 쓴 이후 계속해서 이상한 꿈을 꾼다.

 

눈이 내리는 벌판.

검은 통나무들.

물에 잠긴 무덤.

그리고 죽음과 관련된 이미지들.

 

경하는 글을 더 이상 쓸 수 없을 정도로 지쳐 있고, 돌볼 가족도 없는 상황에서 세상에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그때 제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 인선의 연락이 온다.

 

인선은 목공 작업을 하다가 손가락 두 개가 잘리는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는 상태다.

 

잘린 손가락을 접합한 뒤 혈류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해서 피를 빼내야 하는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그런 인선이 경하에게 부탁한다.

 

자신이 키우던 흰 앵무새 아마가 굶어 죽을 것 같으니 제주도의 빈집으로 가서 새를 살려달라는 부탁이었다.

 

그리고 경하는 눈보라를 뚫고 제주도로 향한다.

 

제주로 향하는 길, 과거의 기억으로 향하는 길

처음에는 단순한 친구의 부탁을 들어주기 위한 여행처럼 보였다.

 

하지만 경하가 눈보라 속에서 인선의 집을 찾아가는 과정은 점점 다른 의미를 갖게 된다.

 

그곳으로 향하는 길은 단순히 제주에 있는 한 집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잊고 있던 기억과 마주하는 길이었다.

 

그리고 제주에 남겨진 상처와 마주하는 길이었다.

 

경하는 그곳에서 인선의 어머니 정심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정심은 제주 4·3의 생존자다.

 

제주 4·3은 1947년부터 1954년까지 제주에서 발생한 무력 충돌과 진압 과정에서 많은 희생자가 발생한 역사적 사건이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이러한 역사적 상처를 한 개인과 가족의 기억을 통해 바라본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제주 4·3을 단순히 역사책 속의 한 사건으로 바라보는 것과, 한 사람의 삶을 통해 바라보는 것은 상당히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심은 학살의 와중에 실종된 오빠를 평생 찾아다녔고, 오빠의 행방을 찾기 위해 증언을 모으고 기록을 남긴 사람이다.

 

그녀에게 오빠는 과거의 사람이 아니었다.

 

끝내 찾아야 할 사람이었고, 끝내 기억해야 할 사람이었다.

 

그래서 정심은 오빠와 작별하지 않았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말의 의미

책의 제목인 **『작별하지 않는다』**는 책을 읽기 전에는 조금 추상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니 제목이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것은 단순히 헤어지지 않는다는 뜻만은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것은 잊지 않겠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기억하겠다는 것.

기록하겠다는 것.

증언하겠다는 것.

그리고 죽은 사람을 역사 속에서 완전히 사라지게 두지 않는 것.

 

정심이 평생 오빠를 찾았던 것도 결국 그런 마음이 아니었을까.

 

누군가의 죽음을 단순히 과거의 한 사건으로 끝내지 않고, 그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기억하는 것.

 

그것이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은 사람에게 할 수 있는 마지막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흰 앵무새 아마가 상징하는 것

이 소설에서 흰 앵무새 아마는 단순히 경하가 살려야 할 한 마리의 새로만 느껴지지 않았다.

 

경하는 아마를 살리기 위해 폭설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 길의 끝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한 마리의 생명을 넘어 죽음과 기억, 가족과 상처, 그리고 오래도록 끝나지 않은 이야기였다.

 

살아 있는 존재를 살리기 위해 떠난 길에서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는 점이 아이러니하면서도 강하게 남았다.

 

그래서 나는 아마를 구하려는 경하의 여정이 결국 잊혀가는 존재를 기억하려는 여정처럼 느껴졌다.

 

현실과 환영의 경계에서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계속 혼란스러웠다.

 

이것은 현실일까.

아니면 꿈일까.

 

경하가 실제로 경험하고 있는 일일까.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의 혼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것일까.

 

혹은 경하 자신의 기억과 무의식이 만들어낸 장면일까.

 

읽는 내내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실인지 환상인지 구분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그 안에 담긴 기억과 감정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였기 때문이다.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현실의 시간 속에서는 끝났을지 모르지만, 기억하는 사람의 마음속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그래서 과거의 사건이 현재의 사람에게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역사 속에 묻힌 사람들을 기억한다는 것

『작별하지 않는다』를 읽고 나서 제주 4·3이라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 많은 것을 잊는다.

 

매일 새로운 뉴스가 쏟아지고, 새로운 사건들이 생겨난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일은 점점 희미해진다.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그 과거가 여전히 현재일 수 있다.

 

가족을 잃은 사람에게는 그날이 끝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사라진 가족을 찾는 사람에게는 수십 년이 지나도 그 사람이 여전히 기다리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래서 기억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기록하는 일이 중요한 것 같다.

그리고 누군가의 아픔을 너무 쉽게 '과거의 일'이라고 정리하지 않는 것도 중요할 것 같다.

책을 덮고 난 뒤에도 남아 있는 질문

『작별하지 않는다』는 읽기 쉬운 책은 아니었다.

 

오히려 어렵고, 혼란스럽고, 몇 번이나 앞부분을 다시 읽게 만들었다.

 

나는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계속 의심하면서 읽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책을 덮고 나서는 그 혼란보다 하나의 문장이 더 오래 남았다.

 

내가 이 책을 읽고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우리가 기억하는 한 그들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

 

역사 속에서 이름 없이 사라진 사람들.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한 사람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만 남아 있는 사람들.

 

그들을 기억하는 것은 어쩌면 살아 있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책임일지도 모르겠다.

노벨문학상이라는 소식에서 시작해 역사에 대한 생각으로

처음에는 단순했다.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듣고,

'한강 작가의 책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책을 주문했다.

 

그렇게 시작한 독서였다.

 

하지만 책을 덮고 난 후의 마음은 처음과 조금 달랐다.

 

노벨문학상 수상이라는 놀라운 소식에 들떠 책을 주문했던 그 순간의 흥분은 어느새 사라졌다.

 

대신 책 속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적 상처가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 남아 있다.

 

무겁고,

때로는 찌릿하고, 

쉽게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이었다.

 

『작별하지 않는다』는 나에게 그런 책이었다.

 

읽는 동안에도 어려웠고,

책을 덮고 나서도 쉽게 정리되지 않았다.

 

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하게 남았다.

 

역사 속에 묻힌 많은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들이 우리에게 완전히 작별하지 않는 한,

우리 역시 그들과 쉽게 작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 

 

그래서 책을 다 읽고 난 뒤에야 제목의 의미가 조금 이해되는 것 같다.

 

『작별하지 않는다』.

기억하기 위해.

잊지 않기 위해.

그리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에 조용히 귀 기울이기 위해.

 

책 정보

 

구분 내용
제목 『작별하지 않는다』
저자 한강
출판사 문학동네
장르 장편소설
주요 키워드 제주 4·3 · 기억 · 애도 · 가족 · 생명 · 상처
독서 난이도 개인적으로는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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