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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주의
이 글에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요 내용과 인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2019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들다
지난 주말, 여의도 IFC몰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반가운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바로 델리아 오언스의 장편소설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책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을 보고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2019년 9월이었다.
당시 온라인을 통해 책을 알게 되었고, 459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보고는 가볍게 읽을 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읽기 시작하니 생각보다 빠르게 책장이 넘어갔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고, 카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고 싶어 책을 읽었던 것 같다.
그렇게 한 번 읽었던 책을 몇 년이 지나 다시 마주하니 묘한 기분이 들었다.
집에 돌아와 책장에서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다시 꺼내 들었다.
그리고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예전에는 미처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카야의 삶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도 돌봐주지 않았던 소녀, 카야
카야의 어린 시절은 평범한 가정과는 거리가 멀었다.
아버지의 폭력을 견디지 못하고 집을 떠난 엄마.
그리고 아버지의 폭력과 불안정한 가정환경 속에서 차례로 집을 떠난 오빠들.
결국 집에 혼자 남겨진 어린 소녀가 카야였다.
방임에 가까웠던 아버지마저 어느 순간 집으로 돌아오지 않게 되면서 카야를 돌봐줄 사람은 아무도 남지 않았다.
학교에 제대로 다니지 못했던 카야는 글을 읽고 쓰기는커녕 계산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하지만 살아남아야 했다.
카야는 습지에서 홍합을 채취하고 훈제 생선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갔다.
사람들에게는 버려진 땅처럼 보였던 습지가 카야에게는 삶의 터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식처였다.
카야에게 습지는 단순히 살아가기 위한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에서 그녀는 자연을 관찰했고, 생물의 움직임을 배웠으며,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던 세상의 법칙을 스스로 익혀갔다.
카야에게 처음 다가온 사람, 테이트
그런 카야에게 처음으로 세상을 가르쳐준 사람이 테이트였다.
테이트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었고, 책을 읽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카야에게 테이트는 친구이면서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누구에게도 제대로 사랑받아보지 못했던 카야에게 테이트와의 관계는 특별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테이트는 자신의 미래를 위해 대학으로 떠난다.
카야를 사랑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결국 그는 카야를 혼자 남겨두고 떠났다.
카야에게 그것은 또 하나의 버림이었다.
엄마도 떠났고,
오빠들도 떠났고,
아버지도 사라졌으며,
이제는 자신이 믿었던 테이트마저 떠났다.
카야는 다시 혼자가 되었다.
사랑받고 싶었던 카야
그 후 카야에게 다가온 사람이 체이스였다.
마을에서 인기 있는 청년이었던 체이스는 습지에서 홀로 살아가는 카야에게 관심을 보였다.
사람들과 어울리지 못하고 야생에 가까운 삶을 살아가는 카야에게서 체이스는 신비로움을 느꼈던 것 같다.
카야 역시 체이스에게 마음을 열었다.
그와 결혼할 수도 있다는 믿음까지 품게 되었고, 자신이 가진 가장 소중한 것을 그에게 내어준다.
하지만 카야가 믿었던 사랑은 오래가지 않았다.
신문을 통해 알게 된 체이스의 결혼 소식은 카야에게 큰 충격이었다.
결국 체이스 역시 카야가 믿었던 사람 중 하나가 아니었던 것이다.
카야는 다시 한 번 버림받았다.
다시 돌아 온 테이트
그런 카야 앞에 테이트가 다시 나타난다.
테이트는 자신이 카야를 떠났던 것을 후회하고 용서를 구한다.
테이트는 여전히 카야를 사랑하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그는 카야에게 특별한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아봤다.
테이트는 카야의 생태학에 대한 열정과 재능을 응원했고, 그녀가 자신의 관찰과 그림을 책으로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왔다.
카야는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책의 출간은 카야에게 경제적인 독립뿐만 아니라,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증명하는 일이기도 했다.
다시 읽으면서 테이트라는 인물을 바라보는 시선도 조금 달라졌다.
처음 읽었을 때는 카야에게 글을 가르쳐주고 그녀의 재능을 세상에 알린 고마운 사람으로만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카야가 테이트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보다, 결국 자신의 삶을 자신의 힘으로 만들어냈다는 점이 더 크게 보였다.
테이트가 카야의 가능성을 발견해준 것은 맞지만, 그 가능성을 삶으로 만들어낸 사람은 결국 카야 자신이었다.
책을 통해 다시 만난 가족
카야의 책이 출간된 후 오빠 조디가 카야를 찾아온다.
오랜 시간 연락이 끊겼던 조디를 통해 카야는 엄마의 소식도 듣게 된다.
카야는 자신을 버리고 떠난 엄마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린 시절의 카야에게 엄마가 떠난 것은 그저 자신을 버린 일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서 카야는 조금씩 엄마를 이해하게 된다.
폭력과 집착 속에서 살아야 했던 엄마.
그리고 사랑이라고 믿었던 관계 속에서 상처받았던 엄마.
카야는 자신의 삶을 통해 엄마의 선택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엄마 역시 힘겨운 삶 속에서 자신의 방식으로 살아남으려 했던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조금씩 다가간다.
체이스의 죽음과 카야의 재판
그러던 어느 날 체이스가 망루 아래에서 죽은 채 발견된다.
사람들은 카야를 의심하기 시작한다.
과거 카야가 체이스에게 선물했던 조개 목걸이가 체이스의 시신에서는 발견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알려지면서 카야는 유력한 용의자가 된다.
결국 카야는 살인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된다.
사람들에게 카야는 여전히 습지에서 사는 가난하고 교육받지 못한 이방이었다.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제대로 알려고 하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다행히 카야를 믿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있었고, 그녀는 결국 무죄 판결을 받는다.
하지만 재판 과정에서 내가 오히려 더 마음에 남았던 것은 체이스의 죽음 자체보다 카야를 바라보는 마을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체이스의 죽음에는 관심을 보이면서도, 오랫동안 습지에 방치된 채 홀로 살아온 카야의 삶에는 아무도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런 세상 속에 카야를 믿고 지켜준 몇 안 되는 사람들의 존재가 더욱 크게 느껴졌다.
카야가 끝까지 지켜낸 것은 무엇이었을까
무죄 판결을 받은 후 카야는 테이트와 다시 함께하게 된다.
여전히 카야를 사랑했던 테이트는 그녀의 곁을 지켰고, 카야 역시 테이트의 마음을 받아들인다.
두 사람은 결혼하고 함께 살아간다.
카야는 계속해서 책을 출간했고,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습지와 자연을 연구하며 살아간다.
그녀는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어린 소녀가 아니었다.
스스로 돈을 벌고,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자신이 원하는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그렇게 카야는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간다.
카야가 남긴 마지막 비밀
카야가 세상을 떠난 후 테이트는 그녀의 유품을 정리한다.
그러던 중 카야가 남긴 수많은 시를 발견한다.
그리고 가명을 사용하던 시인 **A.H.**가 바로 카야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평생 자연을 관찰하고 글을 쓰며 살아온 카야에게는 또 하나의 삶이 존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마지막 시를 통해 테이트는 충격적인 사실을 알게 된다.
카야가 체이스의 죽음에 관여했다는 사실이었다.
그리고 체이스의 목에 있어야 했지만 사라졌던 조개 목걸이 역시 카야의 유품에서 발견된다.
그제야 테이트는 재판에서 밝혀지지 않았던 진실을 알게 된다.
카야는 체이스를 죽였다.
그녀는 자신의 비밀을 평생 숨겨왔던 것이다.
하지만 테이트는 그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않는다.
그가 할 수 있었던 것은 카야가 남긴 비밀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녀가 남긴 비밀스러운 기록들을 모두 태운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난다.
카야에게 습지는 어떤 곳이었을까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습지였다.
카야에게 습지는 삶의 터전이자 안식처였다.
사람들에게 버려진 공간처럼 보였지만, 카야는 그곳에서 살아가는 생명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바라봤다.
사람들에 버림받은 카야가 오히려 자연 속에서는 자신의 자리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카야는 사회에 적응하지 못한 사람이었지만, 자연을 이해하는 데에는 누구보다 뛰어났다.
학교에서 배우지 못했던 것들을 습지가 가르쳐주었다.
사람에게서 쉽게 얻지 못했던 위로를 자연에서 얻었다.
그래서 나는 이 소설에서 습지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카야라는 인물을 이해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공간이라고 느꼈다.
계속해서 버림받았던 한 사람
카야의 삶을 돌아보면 그녀는 원해서 혼자가 된 사람이 아니었다.
엄마가 떠났고,
오빠들이 떠났고,
아버지가 떠났고,
테이트도 한 번 그녀를 떠났다.
체이스 역시 사랑을 약속하는 듯 다가왔지만 결국 카야에게 상처를 남겼다.
카야는 누군가의 관심과 사랑을 원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마음을 내어줄 때마다 또다시 버림받을 가능성을 마주해야 했다.
그래서 카야는 결국 혼자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자연을 관찰하고,
먹을 것을 구하고,
책을 쓰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지켜냈다.
그 모습이 때로는 강해 보였지만, 그 강함의 바닥에는 오랫동안 혼자 살아남아야 했던 한 사람의 외로움이 있었다.
사랑이 삶을 구해줄 수 있을까
『가재가 노래하는 곳』에는 여러 형태의 사랑이 등장한다.
부모와 자식의 사랑.
형제의 사랑.
친구와 연인의 사랑.
그리고 자연에 대한 사랑.
하지만 이 소설을 읽으면서 사랑만으로 누군가의 삶이 완전히 구원받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테이트는 카야를 사랑했고 그녀의 삶을 도왔다.
하지만 결국 카야 자신의 삶을 살아낸 사람은 카야 자신이었다.
테이트가 책을 출간할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은 사실이지만, 그 책을 쓰고 자연을 관찰하며 자신의 삶을 만들어간 사람은 카야였다.
그래서 나는 카야의 삶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는 없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준다면 분명 큰 힘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결국 자신의 삶을 견디고, 선택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자신의 몫이다.
카야의 삶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카야가 체이스를 죽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마음이 복잡했다.
체이스가 카야에게 했던 행동을 생각하면 그의 죽음에 어느 정도의 감정적인 이해가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살인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 결말은 카야가 얼마나 오랫동안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는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어린 시절부터 누구에게도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던 아이.
사람들에게 '습지 소녀'라 불렸던 아이.
학교 교육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자연을 관찰하고 연구하며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사람.
그리고 끝내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출간하고 자신의 삶을 만들어낸 사람.
나는 카야의 삶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이 그녀의 성공이나 사랑이 아니라, 끝까지 자신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2019년의 카야와 지금 다시 만난 카야는 조금 달랐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 나는 카야에게 닥친 사건과 마지막 반전에 더 집중했던 것 같다. 누가 체이스를 죽였는지, 카야는 어떻게 재판을 이겨낼 것인지가 궁금해서 책장을 빠르게 넘겼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어보니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사건보다 카야의 외로움이었다.
엄마가 떠나고, 오빠들이 떠나고, 아버지마저 사라진 뒤 어린 카야에게 남은 것은 습지뿐이었다.
처음에는 습지가 카야를 세상으로부터 고립시키는 공간처럼 보였다.
그런데 다시 읽으면서는 오히려 그 습지가 카야를 끝까지 지켜준 공간처럼 느껴졌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카야에게 자연은 끝까지 그녀를 버리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다시 읽은 『가재가 노래하는 곳』은 나에게 단순한 성장소설이나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다, 한 사람이 자신의 삶을 끝까지 지켜내는 이야기로 남았다.
책을 덮으며
2019년 처음 읽었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을 몇 년이 지나 다시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는 카야에게 어떤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서 빠르게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다시 읽어보니 이야기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그때는 카야의 사랑과 체이스의 죽음, 그리고 마지막 반전에 집중했다면, 이번에는 카야가 왜 그렇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는지가 더 마음에 남았다.
사람은 혼자 살아갈 수 없다고 흔히 말한다.
하지만 카야는 원하지 않았음에도 너무 일찍 혼자가 되어야 했다.
그녀는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지만 계속해서 버림받았고, 결국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다.
그래서 카야의 삶을 단순히 '불우한 소녀가 성공한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싶지는 않다.
그녀의 삶에는 외로움이 있었고,
상처가 있었고,
사랑이 있었고,
그리고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의지가 있었다.
누구도 자신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다.
카야 역시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견뎌냈다.
때로는 넘어지고,
때로는 사랑하고,
때로는 상처받으면서도
결국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지켜냈다.
그녀의 삶이 모두 옳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랜 시간 야생에서 홀로 살아남은 한 사람의 삶에 깊은 존경을 느낀다.
그리고 책을 덮으며 다시 생각하게 된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카야가 끝까지 돌아갈 수 있었던 곳은 어디였을까.
아마도 그녀가 평생 떠나지 않았던 곳,
사람들이 쉽게 다가가지 않았던 곳,
그리고 카야에게만큼은 언제나 자신의 자리를 내어주었던 곳,
그곳은 결국 습지였을 것이다.
카야에게 습지는 단순한 삶의 터전이 아니었다.
사람에게 버림받은 그녀가 끝까지 버림받지 않았던 유일한 곳이었다.
책 정보
| 구분 | 내용 |
| 제목 | 『가재가 노래하는 곳』 |
| 원제 | Where the Crawdads Sing |
| 저자 | 델리아 오언스 |
| 역자 | 김선형 |
| 출판사 | 살림출판사 |
| 국내 출간일 | 초판 1쇄 2019년 6월14일 / 초판 6쇄 2019년 8월30일 |
| 장르 | 장편소설 |
| 주요 키워드 | 습지·성장·사랑·가족·고립·자연·생존·상처 |
| 독서 난이도 | 개인적으로는 ★ ★ ★ ☆ ☆ |
※ 책 정보는 소장하고 있는 책에 나와 있는 내용으로 표기 하였습니다.
이런 분께 추천합니다.
- 성장소설을 좋아하는 분
- 자연을 소재로 한 소설을 좋아하는 분
- 미스터리와 로맨스가 함께 있는 소설을 찾는 분
- 한 사람의 성장과 생존 이야기에 관심 있는 분
- 책을 읽고 삶에 대해 생각하는 것을 좋아하는 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