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1. 6년 만에 다시 꺼내 든 『모순』

1998년 출간된 양귀자의『모순』은 30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베스트셀러 목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소설입니다. 세대가 바뀌어도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질 만큼 오랫동안 독자들의 선택을 받아온 작품입니다. 저는 2020년 7월 처음 이 책을 읽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잊고 지내던 어느 날, 책을 좋아하는 조카에게서 한 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고모,『모순』 읽어봤어요?"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읽지 않았다면 선물이라도 해주려 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오래전에 읽었다고 답하자 조카는 "역시..."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었습니다. 며칠 뒤 교보문고에 들렀다가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출간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모순』이 여전히 베스트셀러 코너 한가운데 놓여 있었던 것입니다. '왜 이 책은 세대가 바뀌어도 계속 읽힐까?'라는 궁금증이 생겼고, 저 역시 다시 책장을 펼치게 되었습니다.

『모순』은 출간 이후 세대를 넘어 꾸준히 읽히는 몇 안 되는 한국 장편소설입니다.

SNS와 독서모임에서도 "인생소설", "20대와 50대의 느낌이 완전히 다른 책"이라는 평가를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었을 때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껴졌습니다. 좋은 책은 시간이 지나도 낡지 않는다는 말을 이 작품을 통해 다시 한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책인데도 읽는 나이에 따라 전혀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는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생각했습니다.

 

2. 서로 닮았지만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가는 두 사람

『모순』의 중심에는 주인공 안진진과 그의 엄마, 그리고 이모가 있습니다. 엄마와 이모는 얼굴도 성격도 닮은 쌍둥이였지만 결혼 이후 전혀 다른 삶을 살아갑니다. 엄마는 남편이 집을 나간 뒤 홀로 가정을 책임져야 했고, 아들은 교도소에 수감되는 아픔까지 겪습니다. 현실의 무게를 견디며 누구보다 강인하게 살아가는 인물입니다. 반면 이모는 경제적으로 부족함 없는 삶을 살지만 늘 우아하고 감성적인 모습 뒤에 공허함을 안고 살아갑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이모의 삶이 더 행복해 보이지만, 정 그녀는 삶의 허무함을 이기지 못합니다.

 

양귀자는 이 두 사람을 통해 행복과 불행은 결코 겉모습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주며, 제목인 '모순'의 의미를 독자에게 자연스럽게 전합니다.

 

이 모든 모습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인물이 바로 안진진입니다. 진진은 엄마와 이모, 그리고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을 바라보며 끊임없이 질문합니다. 행복은 무엇인지, 사랑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삶이 좋은 삶인지 말입니다. 독자는 진진의 시선을 따라가며 자신의 삶도 함께 돌아보게 됩니다. 안진진은 어느 한 사람의 삶이 정답이라고 결론짓지 않습니다. 오히려 두 사람을 바라보며,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스스로 질문하게 되고, 독자 역시 그 질문에 자연스럽게 동참하게 됩니다. 그래서『모순』은 단순한 가족소설이 아니라 삶을 성찰하게 만드는 작품으로 기억됩니다.

3. 환갑을 지나 다시 읽으니 더 크게 다가온 '모순'

2020년에 읽었을 때보다 지금 다시 읽으니 전혀 다른 작품처럼 느꼈습니다. 환갑을 지나 살아온 시간을 돌아보니 제 주변에도 수많은 모순이 존재했습니다. 행복해 보이는 사람에게서 말하지 못하는 상처가 있었고, 늘 힘들어 보였던 사람은 오히려 누구보다 단단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인생 어느 한쪽으로만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깨닫게 됩니다.

그래서『모순』은 한 가족의 이야기를 넘어 우리의 삶을 비추는 거울처럼 다가왔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삶이 가장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바꾸면 또 다른 모습이 보입니다. 이 책은 그런 인생의 아이러니를 담담하면서도 깊이 있게 들려주는 소설입니다.

 

젊었을 때는 성공과 실패를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살아보니 실패라고 생각했던 일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가 되었고, 행복하다고 믿었던 순간이 가장 힘든 시기의 시작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어느 누구의 삶도 쉽게 부러워하거나 판단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삶은 흑백이 아니라 수많은 회색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모순』이 말하는 행복과 불행의 경계는 결국 우리 모두의 삶 속에도 존재한다는 사실을 이 나이가 되어 더욱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4. 살아가면서 답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

책을 덮은 뒤 가장 오래 마음에 남은 문장은 주인공 안진진의 마지막 말이었습니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이 문장을 읽으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이 정답일까'라는 질문에는 누구도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늘 더 좋은 선택을 하고 싶어 하지만, 지나고 나서야 그것이 최선이었는지 알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결국 인생에는 정답이 없고, 살아가는 과정 자체가 답을 만들어 가는 시간인지도 모릅니다. 『모순』은 화려한 사건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통해 인간의 본질을 이야기하는 소설입니다. 그래서 20대보다 40대, 50대, 그리고 그 이후에 다시 읽을수록 더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이번 재독을 통해 제 삶을 다시 돌아보게 되었고, 앞으로도 오래 기억에 남을 소설이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요즘처럼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모순』이 꾸준히 사랑받는 이유는 결국 사람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시대는 변해도 사람의 고민은 크게 달라지지 않습니다. 누군가는 가족 때문에 고민하고, 누군가는 사랑 때문에 힘들어하며, 또 누군가는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앞으로를 걱정합니다. 『모순』은 그런 우리에게 정답을 알려주는 책은 아닙니다. 대신 스스로 답을 찾아갈 용기를 건네주는 소설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 역시 시간이 조금 더 흐른 뒤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고 싶습니다. 아마 그때는 지금과도 또 다른 '모순'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좋은 소설은 변하지 않지만, 그것을 읽는 우리는 조금씩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혹시 『모순』을 읽으신 분이라면, 가장 기억에 남았던 장면이나 문장이 무엇이었는지 함께 나누어 주시면 좋겠습니다.

공지사항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Total
Today
Yesterday
링크
TAG
more
«   2026/08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