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 양윤옥 옮김 · 현대문학 다시 펼쳐 본 책, 시간이 지나도 남아 있는 이야기어떤 책은 처음 읽었을 때보다 시간이 흐른 뒤 다시 펼쳤을 때 더 많은 생각을 남깁니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도 제게 그런 책입니다. 책을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과 그때 느꼈던 감정은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희미해지지만,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은 그 시절의 마음을 다시 떠올리게 합니다. 그래서 저는 책을 읽거나 구입하면 가능하면 날짜를 기록해 둡니다. 책을 언제 만났는지 남겨 두면, 훗날 다시 펼쳤을 때 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 책을 읽었던 당시의 나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추리소설의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단순히 사건의 비밀을 풀어 가는 이야기만..
2021년, 우연히 마주친 까칠한 이웃2021년 우연히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손에 쥐었습니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마주한 인물은 유쾌하거나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소한 규칙 하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이웃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는 고집스러운 노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유별나고 까다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무뚝뚝함 뒤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세워둔 차가운 벽 뒤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움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가슴 따뜻한 울림으로 바뀐 이 소설은, 결국 한 사람이 타인과 다시 연결되며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깊은 연대의 이야기입니다. ..
대학생 딸의 추천으로 만난 뜻밖의 인생작2021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큰딸이 읽고 있던 원서 한 권을 저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바로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Christopher Paul Curtis)작가의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 (Bud, Not Buddy)』였습니다. 딸은 이 책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주는 명작이라며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영문 원서로 읽는 딸과 달리 번역본으로 책을 펼친 저는, 처음엔 그저 흔한 어린이 모험 소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삶의 가치들이 밀려왔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 차별과 ..
기욤 뮈소의 소설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손이 자꾸 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기욤 뮈소가 그런 작가입니다. 처음 읽었던 작품은 『구해줘』였습니다. 이후 『종이여자』, 『인생은 소설이다』등을 차례로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신작을 찾아 읽는 독자가 되었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장이 어휘적으로 지나치게 까다롭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읽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음 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순수한 궁금증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건의 진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단서가 등장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세웠던 가설을 끊임없이 수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을 때면..
학창 시절에는 어려웠던 책을 다시 펼치다좋은 책은 언제 읽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학창 시절에는 어렵게만 느껴졌던 책이 시간이 지나 다시 읽었을 때 예상하지 못했던 의미를 전해주기도 합니다.알베르 카뮈의 **『페스트』**가 저에게는 그런 책이었습니다. 학생 때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는 솔직히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 읽어야 하는 책이었기 때문에 책장을 넘기기는 했지만, 등장인물과 사건을 따라가는 데 집중했을 뿐 카뮈가 작품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 했는지 깊이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당시에는 '부조리'라는 개념도 어렵게 느껴졌고, 등장인물들이 왜 그런 선택을 하는지도 쉽게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독후감을 써야 한다는 생각으로 책을 읽다 보니 작품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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