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이미예 장편소설 · 팩토리나인
책을 읽은 날짜나 선물 받은 날짜를 책에 적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책의 내용보다 먼저 그 날짜가 눈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책을 읽었던 당시의 계절과 상황, 그리고 그때의 내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도 그랬습니다.
처음 이 책을 만난 것은 2020년 12월이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아주 단순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누구나 꿈을 꿉니다. 행복한 꿈을 꾸기도 하고, 무서운 꿈을 꾸기도 합니다. 오래전의 기억이 꿈속에 나타나기도 하고, 현실에서는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꿈에서 만나기도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꿈을 꾸면서도 꿈을 누군가 만들어서 사고파는 세계가 존재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거의 없습니다.
이미예 작가는 바로 그 익숙한 '꿈'에 자신만의 상상력을 더해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라는 특별한 세계를 만들어냈습니다.
그리고 나는 이 책을 읽으며 처음으로 생각했습니다. '아, 꿈이 정말 이런 곳에서 만들어지고 있을 수도 있겠구나'
꿈을 사고파는 특별한 백화점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잠이 들면 찾아갈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을 배경으로 합니다. 주인공 페니는 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들과 꿈을 사러 오는 손님들이 모이는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서 일하게 됩니다. 백화점에는 다양한 꿈이 있습니다. 즐거운 꿈을 원하는 사람도 있고, 지나간 시간을 다시 경험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현실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사람을 꿈에서 만나고 싶은 사람도 있습니다. 각자가 원하는 꿈은 다르지만 그 꿈을 찾는 사람들의 마음에는 저마다의 이유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재미는 단순히 '꿈을 파는 백화점'이라는 독특한 설정에만 있지 않습니다.
비현실적인 세계를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안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감정은 오히려 현실적입니다. 외로움, 그리움, 후회, 행복, 슬픔처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감정들이 꿈이라는 공간을 통해 표현됩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에 감탄했다면, 책을 읽을수록 그 세계 안에 담긴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됩니다.
2020년 12월, 처음 만난 달러구트
내가 『달러구트 꿈 백화점』을 처음 읽었던 것은 2020년 12월입니다.

그때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이야기의 결말보다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 자체였습니다.
'꿈을 사고파는 곳이 있다면 어떨까?'라는 단순하면서도 쉽게 떠올리기 어려운 생각에서 시작해 백화점과 꿈 제작자, 꿈을 찾는 손님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는 사실이 흥미로웠습니다. 무엇보다 책을 읽는 동안 현실과 판타지의 경계가 조금씩 흐려지는 느낌이 좋았습니다. 분명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백화점인데도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정말 이런 곳이 있다면 나는 어떤 꿈을 고를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만큼 작가가 만들어낸 세계가 자연스럽게 다가왔습니다. 당시 나는 이 책이 여기에서 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년 뒤 다시 달러구트의 세계를 만나게 됩니다.
2022년 7월, 『달러구트 꿈 백화점 2』를 만나다
2022년 7월.
책장에는 어느새 『달러구트 꿈 백화점 2』가 들어와 있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 이야기도 자연스럽게 이어 읽었습니다.
첫 번째 책에서 만났던 세계가 다시 펼쳐지고, 익숙한 인물들과 새로운 이야기를 만나면서 처음 책을 읽었던 때와는 또 다른 느낌으로 작품을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한 권의 소설을 읽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같은 세계를 만나게 된다는 점도 재미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렀습니다. 이번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에서 세 번째 책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작은 서점에서 발견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얼마 전 카페에 딸려 있는 작은 서점에 들렀습니다. 책장을 둘러보다가 익숙한 제목 하나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잠시 책을 바라보았습니다. 1권과 2권을 이미 읽었기 때문에 '0'이라는 숫자가 조금 의외였습니다. 처음에는 시리즈의 마지막을 정리하는 이야기인가 싶었습니다.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지 궁금했고, 오랜만에 다시 달러구트의 세계를 만나보고 싶어 책을 들고 나왔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숫자 0이 조금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은 전작보다 5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젊은 달러구트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동시에 시리즈의 여정을 마무리하는 최종장이기도 합니다. 즉, 이야기의 시간으로는 가장 앞선 시점을 다루지만, 출간 순서에서는 마지막에 놓인 작품이었습니다. 그래서 내게는 조금 특별한경험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에 만난 책을 통해 이야기의 시작으로 돌아가게 된 것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에서 만난 젊은 달러구트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의 부제는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입니다.
이 작품은 젊은 달러구트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꿈 백화점의 태동기를 보여줍니다. 작품 속 달러구트는 우리가 앞선 이야기에서 알고 있던 백화점 주인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19세의 달러구트는 불면증에 시달리고 있으며, 엄마의 실종과 빚이라는 문제까지 마주하게 됩니다. 그리고 꿈속에서 만난 양치기 소년을 통해 자신의 삶과 꿈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나가게 됩니다. 앞선 두 권을 먼저 읽었던 나에게는 이 설정이 더욱 흥미롭게 다가왔습니다. 이미 알고 있던 인물과 세계의 과거를 다시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부터 이 책을 읽었다면 단순히 새로운 판타지 소설로 받아들였을 수도 있겠지만, 1권과 2권을 먼저 읽은 뒤 0권을 읽으니 '이 세계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라는 궁금증을 따라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제목의 숫자 0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끝에서 다시 시작으로 돌아가는 이야기
이번에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을 읽으면서 처음 책을 만났던 2020년 12월도 자연스럽게 떠올랐습니다.
2020년 12월.
2022년 7월.
그리고 2026년.
같은 시리즈의 책 세 권을 만났지만, 그때마다 책을 바라보는 나의 시간은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작가의 상상력에 감탄했습니다. 두 번째에는 익숙해진 세계를 다시 만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는 이야기의 시작점으로 돌아가 달러구트의 과거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이 세 권은 내게 단순히 한 시리즈의 소설로만 남아 있지 않습니다.
각각의 책을 만났던 시간이 함께 기록되어 있는 책들입니다.
꿈을 통해 현실의 마음을 바라보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를 읽으며 가장 오래 생각하게 된 것은 꿈 자체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람들이 왜 그런 꿈을 원할까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현실에서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없습니다. 이미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고, 만나고 싶은 사람을 언제나 만날 수도 없습니다.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일도 많습니다. 그런 마음들이 꿈이라는 공간에서는 다른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꿈은 현실을 대신하는 공간이라기보다, 현실에서 미처 들여다보지 못했던 내 마음을 잠시 바라볼 수 있는 공간처럼 느껴졌습니다.
이 작품이 판타지 소설이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따뜻하게 다가가는 이유 역시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현실적인 세계를 이야기하지만 결국 그 안에서 만나는 것은 아주 현실적인 사람들의 마음이기 때문입니다.
세 권의 책에 남은 나의 시간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바라보다 보면 가끔 이런 생각이 듭니다. '나는 이 책을 언제 읽었지?' 그래서 책에 날짜를 적어두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2020년 12월에 처음 만났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
2022년 7월에 만났던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그리고 최근 우연히 작은 서점에서 발견한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책 한 권을 읽었다는 사실보다 그 책을 언제, 어떤 마음으로 만났는지가 시간이 지나면 더 오래 기억에 남기도 합니다. 이번에 0권을 읽으면서 처음 1권을 읽었던 때까지 다시 돌아가게 된 것도 그래서인지 모르겠습니다.
끝이라고 생각했던 이야기가 다시 시작으로 이어지고, 오래전에 읽었던 책이 새로운 책을 통해 다시 떠오르는 경험.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시간을 함께 쌓아가는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을 덮으며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를 읽고 나니 문득 궁금해집니다. 만약 정말 달러구트 꿈 백화점에 들어갈 수 있다면, 나는 어떤 꿈을 고르게 될까?
2020년의 나와 지금의 내가 원하는 꿈은 아마 같지 않을 것입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필요한 것도, 기억하고 싶은 것도, 위로받고 싶은 마음도 달라졌을 테니까요. 그래서 언젠가 이 책들을 다시 꺼내 읽는 날에는 지금과 또 다른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에게 『달러구트 꿈 백화점』은 단순히 꿈을 사고파는 판타지 소설이 아니었습니다.
꿈이라는 상상의 세계를 통해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들여다보게 한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세 권의 책을 따라가며, 책을 읽었던 지난 시간까지 함께 돌아볼 수 있었습니다.
이미예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
꿈을 통해 현실의 마음을 바라보고 싶을 때, 다시 책장에서 꺼내 보고 싶은 이야기로 남았습니다.
책 정보
| 항목 | 내용 |
| 도서명 | 『달러구트 꿈 백화점』 / 『달러구트 꿈 백화점 2』 /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
| 저자 | 이미예 |
| 출판사 | 팩토리나인 |
| 장르 | 판타지 소설 |
|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부제 | 달러구트와 양치기 소년 이야기 |
| 『달러구트 꿈 백화점 0』 출간 | 2026년 7월 1일 |
'한국 소설 & 역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작별인사』 김영하 장편소설 서평 | 조카가 건넨 책 한 권, 내가 고르지 않았을 이야기를 만나다 (0) | 2026.09.18 |
|---|---|
|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 서평 | 먼저 살아낸 선배들의 삶에 보내는 존경과 감사 (0) | 2026.09.15 |
| 『몽화』 서평 | 1940년, 세 소녀에게도 꿈이 있었을까 (0) | 2026.09.08 |
| 『파친코』 서평 | 선자의 삶을 따라가며 생각한 가족과 삶의 의미 (0) | 2026.09.06 |
| 『대장 김창수』 서평 | 광복절에 다시 만난 청년 김구의 시간 (0) | 2026.08.17 |
- Total
- Today
- Yesterday
- 영미소설
- 성장소설
- 미스터리소설
- 오베라는남자
- 해외문학
- 서평
- 독서에세이
- 프레드릭배크만
- 에세이추천
- 프레드릭배크만소설
- 역사소설
- 책리뷰
- 독후감
- 에세이서평
- 장편소설
- 고전소설
- 힐링소설
- 다산책방
- 양영란
- 책추천
- 한국소설
- 김진명
- 인생에세이
- 마음을돌보는책
- 소년이온다
- 인생소설
- 독서기록
- 밝은세상
- 이은선
- 기욤뮈소
|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2 | 3 | ||||
| 4 | 5 | 6 | 7 | 8 | 9 | 10 |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