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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기억에서 멀어지지만, 어떤 책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쌤앤파커스)가 내게는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김진명 장편소설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 두 권의 책 표지
김진명 작가의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 소장하고 있는 두권의 책을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당시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었지만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읽혀 내려갔습니다. 오랜만에 예전 독서 기록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니, 1권을 단 하루 만에 완독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고, 한 번 잡은 책을 쉽게 내려놓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

책을 다 읽은 뒤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이 책을 권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는 글자와 책, 그리고 지식을 다음 세대로 전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새롭게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습니다.

1. 살인 사건에서 시작해 인류의 지식과 기록을 향하다

이야기는 한 의문의 살인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처음에는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미스터리 소설처럼 느껴지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관심은 오늘날의 사건을 넘어 오래전 역사 속으로 향합니다.

고려의 금속활자본 『직지』와 한글의 역사, 그리고 중세 유럽의 인쇄술까지.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것처럼 보였던 이야기들이 소설 속에서 연결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질문하게 됩니다.

  • 역사의 이면에 숨겨진 질문: 오늘날에는 너무나 익숙한 글자와 책을 세상에 전하기 위해, 과거의 사람들은 어떤 노력을 기울였을까?
  • 인쇄술과 지식의 확장: 고려의 금속활자와 구텐베르크의 인쇄술을 둘러싼 이야기는 단순히 사건의 범인을 찾는 데 그치지 않고, 지식이 어떻게 기록되고 전해지는가라는 더 큰 주제로 시선을 확장합니다.

소설 속 사건과 역사적 사실은 구분해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한 사건의 진실을 좇던 시선이 인류의 기록과 지식의 역사로 확장되는 과정은 이 책이 전하는 흥미와 울림을 더욱 깊게 만들어 줍니다.

2. 직지와 한글, 익숙함 속에 감춰진 소중한 가치

우리는 학창 시절부터 『직지』의 정식 명칭이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이라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1377년 고려 시대 청주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인쇄된 책이며, 현존하는 금속활자 인쇄본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인정받는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현재 전해지는 하권이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점 역시 잘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실을 지식으로 알고 있는 것과 그 가치를 마음 깊이 느끼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일입니다.

  1. 지식을 이어 주는 수단로서의 활자: 활자는 단순히 종이에 글자를 찍어 내는 도구가 아닙니다. 한 사람이 평생 쌓은 지혜와 생각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사라지지 않고, 시공간을 넘어 다른 사람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해 주는 소중한 매개입니다.
  2. 미래를 위한 문화유산 수호: 이 책을 읽으며 느낀 자부심은 단순히 우리 유산이 자랑스럽다는 감정에 머물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물려받은 유산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 안에 담긴 의미를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한다는 마음으로 이어졌습니다.

익숙하다는 이유로 그 가치를 잊고 살아온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오늘 읽는 책과 사용하는 문자에도 오랜 시간 축적된 사람들의 지혜와 노력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3. 활자를 지키려 했던 사람들의 노력 앞에서

오늘날 우리는 클릭 한 번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고, 필요할 때면 언제든 책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식과 기록이 쉽게 공유될 수 없었던 시대에는 책 한 권을 만들고 보존하는 일에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습니다.

역사 속에서 지식과 기록은 단순한 정보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지식을 독점하려 했고, 또 다른 누군가는 더 많은 사람이 지식을 접할 수 있도록 애썼습니다. 소설 속 인물들의 갈등을 따라가다 보면, 기록을 남기고 지식을 전하려 했던 사람들의 노력이 더욱 무겁게 다가옵니다.

활자를 지키고 지식을 전한다는 것은 단순히 글자를 보존하는 일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 안에 담긴 생각과 지혜, 그리고 인간이 오랜 세월 쌓아 온 문명의 흔적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오늘 읽는 책 한 권에도 수많은 사람의 손길과 헌신이 닿아 있습니다. 작가가 이야기를 쓰고, 출판사가 책을 만들고, 독자가 읽은 뒤 자신의 생각을 기록하는 과정까지 모두 지식과 이야기를 이어 가는 일입니다. 오늘 내가 책을 읽고 그 감동을 글로 남기는 일 역시 과거와 미래를 잇는 작은 기록의 연장선에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4. 1권을 하루 만에 읽었던 기억, 그리고 추천하고 싶은 이유

예전 독서 기록에서 1권을 하루 만에 완독했다는 메모를 발견했을 때, 당시 느꼈던 몰입감이 다시 떠올랐습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지만 사건의 전개는 흥미로웠고, 직지와 한글, 인류의 인쇄술을 둘러싼 질문들은 책장을 계속 넘기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이야기를 따라가는 재미와 함께 우리 역사와 기록의 의미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이 인상 깊었습니다.

제가 오랫동안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했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재미있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에 더해, 우리가 익숙하게 여기는 문자와 책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함께 생각해 보고 싶었습니다. 한 권의 책이 독자에게 새로운 지식을 전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독서라고 생각합니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이 책이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흥미로운 이야기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책을 덮은 뒤에도 활자와 기록, 그리고 그것을 지켜 온 사람들의 노력을 떠올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도서 상세 정보 요약

구분 상세 내용
도서명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
저자 / 출판사 김진명 지음 / 쌤앤파커스
장르 / 분야 한국 장편소설 / 역사 미스터리
출간 연도 2019년
개인 독서 기록 1권을 단 하루만에 완독할 만큼 몰입했던 책 (주변에 적극 추천해 온 소장 도서)
기억에 남는 점 직지와 인쇄술, 지식과 기록의 가치를 되새기게 한 작품

 

글을 마치며

김진명 작가의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는 빠르게 읽혀 내려가는 흥미로운 소설인 동시에, 우리가 당연하게 누리는 문자와 지식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준 고마운 작품입니다.

우리는 매일 글자를 읽고 쓰며 살아갑니다. 필요할 때 책을 펼치고, 궁금한 것이 있으면 검색을 통해 정보를 얻습니다. 너무나 익숙한 일상이기에 그 소중함을 잊고 지낼 때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누리는 편리함 뒤에는 지식을 기록하고 보존하며 다음 세대에 전하려 했던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있습니다. 그들이 남긴 기록이 있었기에 우리는 과거의 생각을 만나고, 그 지혜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떠올린 『직지』는 제게 책을 읽는 즐거움뿐 아니라, 읽은 것을 기억하고 기록으로 남기는 일의 의미까지 되새기게 해 주었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책을 덮은 뒤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주변 사람들에게 꼭 추천하고 싶었던 작품이 있으신가요?

오늘도 책 한 권을 통해 과거의 누군가와 만나고, 그 생각을 나만의 기록으로 남길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글을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