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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들어간다는 것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요? 언젠가부터 이런 질문을 스스로에게 자주 던지곤 합니다. 젊었던 시절에는 하루하루를 살아내기에 바빠 내가 어떤 모습으로 늙어갈지 깊이 생각할 여유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를수록 '나이 듦'이란 단순히 숫자가 늘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절감하게 됩니다.

  • 어떤 가치와 취향을 지닌 사람으로 나이 들어갈 것인가?
  •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포기해야 하는 것은 무엇이며, 도리어 자유로워질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나이 듦에 대한 사색과 고민이 유독 깊어지던 2022년 8월, 서점의 서가에서 우연히 한 권의 책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무루(박서영) 작가의 그림책 에세이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어크로스)였습니다.

 

1. 2022년 8월, 서점에서 만난 '이상하고 자유로운'이라는 생소한 울림

무루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직접 촬영한 소장도서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앞표지·뒷표지와 책 정보. 직접 소장하고 있는 책을 촬영했다.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았을 때 약간의 어색함과 동시에 묘한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사회가 요구하는 '우아하고 멋진 어르신'의 틀에서 벗어나 '이상하고 자유롭다'는 수식어가 '할머니'라는 단어와 결합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말하는 '할머니'는 단순히 노년기의 특정 성별을 뜻하는 것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인생의 후반전을 지나며 나 자신으로서 어떻게 품위 있고 자유롭게 나이 들어갈 것인가를 상징하는 선명한 이정표처럼 느껴졌습니다.

많은 사람들은 나이가 들수록 할 수 없는 일이 많아진다고 믿습니다. 체력의 한계도 찾아오고 주변의 시선이나 사회적 틀 때문에 "이 나이에 내가 이런 걸 해도 될까?" 하고 스스로 한계를 지어버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 책은 묻습니다. 정말 나이가 제약인 것인지, 아니면 나이라는 핑계 뒤에 숨어 스스로의 세계를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2. 혼자서도 잘 서는 삶: 사람 인(人) 자를 다시 바라보는 시선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오랫동안 페이지를 넘기지 못하고 멈추어 섰던 대목은 저자가 사람 인(人) 자를 바라보며 관계의 본질을 풀어내는 부분이었습니다.

우리는 흔히 사람 인(人) 자를 두 사람이 서로 비스듬히 기대어 서 있는 형상으로 이해하고, '인간은 서로 의지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해석하곤 합니다. 하지만 저자는 누군가에게 기대기 전에 먼저 자기 자신의 두 발로 굳건히 서는 자립의 중요성을 고요하게 짚어냅니다.

  • 타인과의 따뜻한 연대: 누군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고 걸으며 힘들 때 손을 잡아주는 '함께'의 가치는 대단히 소중합니다.
  • 스스로 서는 단단함: 그러나 누군가가 곁에 없더라도 혼자만의 시간을 외로움이 아닌 풍요로움으로 채워갈 수 있는 내면의 자립심이 먼저 선행되어야 합니다.

살면서 늘 '함께'를 중요하게 여겨왔지만, 그것이 타인에게 의존해야만 살아갈 수 있는 약함이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먼저 나 자신을 단단하게 세우고, 곁에 좋은 이들이 있다면 감사히 함께 걸어가되, 설령 홀로 남겨지더라도 씩씩하게 나만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습니다.

 

3. '멋진 할머니'보다 나답게 '잘 살아가는 할머니'가 되기 위하여

책을 읽는 내내 제 마음을 다독여준 또 하나의 생각은 "굳이 남들의 기준에 맞춘 멋진 사람이 되지 않아도 괜찮다"는 위로였습니다.

세상은 나이가 들수록 더 우아하고, 완벽하며, 성숙한 모습을 요구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좋아하는 것을 명확히 알고, 원하지 않는 것을 억지로 참지 않으며, 나이에 갇히지 않고 나답게 잘 살아가는 일입니다.

  1. 지나간 것에 매이지 않는 용기: 젊었을 때의 체력이나 이미 지나간 기회를 아쉬워하기보다, 지금의 나에게 허락된 소소한 즐거움을 새롭게 찾아가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2. 조금 이상해도 괜찮은 자유: 정해진 사회적 틀에서 조금 벗어나더라도, 남들의 시선보다 나의 행복을 먼저 돌볼 수 있는 유쾌한 '이상함'이야말로 노년에 꼭 필요한 용기일 것입니다.

남들이 말하는 '나이에 어울리는 품위'에 가쳐 살아가는 대신, 조금 엉뚱하더라도 나만의 색깔을 잃지 않는 '이상하고 자유로운 삶'을 택하고 싶어졌습니다.

 

도서 상세 정보 요약

구분 내용
제목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
지은이 무루(박서영)
출판사 어크로스
페이지 수 216쪽
출간일 2020년 5월 12일
ISBN 979-11-90030-47-2 03810

 

글을 마치며

2022년 8월, 서점에서 우연히 집어 든 『이상하고 자유로운 할머니가 되고 싶어』는 단순히 할머니들에 관한 사소한 이야기를 넘어, 다가올 제 인생의 계절들을 어떤 마음가짐으로 마주해야 할지 알려준 가슴 따뜻한 이정표였습니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자연의 순리입니다. 하지만 그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지는 오롯이 저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완벽하거나 멋진 모습이 아니어도 좋습니다. 조금 서툴고 엉뚱할지라도, 나이라는 제약에 나를 가두지 않고 내 방식대로 당당하고 자유롭게 살아가는 사람. 먼 훗날 제 모습을 돌아보았을 때, 그런 '자유롭고 단단한 삶'을 살아낸 사람으로 남아있기를 조용히 소망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