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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라는 한 해를 떠올리면 특별히 기억에 남는 책이 두 권 있다. 바로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와 『좋은 말씀』이다. 한 권은 2020년 초에 읽었고, 다른 한 권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었다.

돌이켜보니 나는 그해의 시작과 마지막을 법정 스님의 글과 함께 보냈다.

소장하고 있는 법정 스님의 두 권의 책. 『스스로 행복하라』와 『좋은 말씀』의 앞표지와 뒷표지를 직접 촬영했습니다.
2020년 2월과 12월에 읽었던 법정 스님의 두 권의 책입니다. 소장하고 있는 책의 앞표지와 뒷표지를 직접 촬영했습니다.

 

평생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며 살아가신 법정 스님. 스님이 우리 곁을 떠난 지 10년이 되는 해에 다시 만난 글들은 단순히 오래전 쓰인 글로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때의 내 삶을 돌아보게 하는 질문처럼 다가왔다.

 

2020년 2월,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다

2020년 2월에 읽은 책은 법정 스님의 『스스로 행복하라』였다. 이 책은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샘터에서 다시 펴낸 산문집이다. 샘터 50주년과 지령 600호를 기념한 특별판이기도 하다. 책에는 행복, 자연, 책, 나눔을 주제로 법정 스님의 글이 담겨 있다. 2020년은 나에게도 새로운 한 해의 시작이었다. 새해가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한다.

  • 올해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 무엇을 이루어야 할까.
  • 무엇을 더 가져야 할까.

그런데 법정 스님의 글을 읽고 있으면 질문의 방향이 조금 달라진다. 무엇을 더 가질 것인가보다, 무엇을 덜어낼 것인가. 어떻게 더 많이 누릴 것인가보다, 지금 가진 것에서 무엇을 발견할 것인가. 나는 이 책을 읽으며 행복이라는 것이 반드시 새로운 것을 얻는 데서 시작되는 것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오히려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을 다시 바라보고, 필요 이상의 욕심과 집착을 조금씩 내려놓는 데서 마음의 여유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법정 스님이 평생 실천했던 무소유도 단순히 아무것도 갖지 않는다는 의미로만 받아들이기보다는, 불필요한 것에 매이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가볍게 살아가는 태도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스스로 행복하라』는 제목이 더 오래 마음에 남았다.

 

행복을 다른 사람이나 세상이 만들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결국 자신의 삶 안에서 찾아야 한다는 뜻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책을 덮고도 오래 남았던 '행복'이라는 질문

책을 읽으면서 나 자신에게도 질문을 해보았다. 나는 지금 행복한가. 그리고 행복을 위해 너무 많은 것을 필요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돌아보면 우리는 살아가면서 끊임없이 무언가를 원한다. 조금 더 좋은 것, 조금 더 편한 것, 조금 더 많은 것. 하지만 원하는 것이 하나씩 이루어진다고 해서 마음까지 반드시 넉넉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글이 더욱 오래 남았던 것 같다. 행복을 멀리 있는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고, 지금 내가 살아가는 하루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의 문제로 생각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2020년의 시작에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한 해를 조금은 천천히 살아가고 싶었다. 더 많이 채우기보다는 필요하지 않은 것을 덜어내면서 살아가고 싶었다.

 

2020년 12월, 『좋은 말씀』으로 한 해를 돌아보다

그리고 같은 해 12월, 한 해를 마무리하며 다시 법정 스님의 책을 꺼내 들었다. 이번에는 『좋은 말씀』이었다.

『좋은 말씀』은 법정 스님의 열반 10주기를 맞아 시공사에서 출간한 법문집으로,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법회와 대중 강연을 통해 전해졌던 미출간 법문 31편을 담고 있다. 

 

『스스로 행복하라』가 삶을 바라보는 법에 대한 산문이라면, 『좋은 말씀』은 조금 더 직접적으로 삶의 질문을 마주하게 하는 느낌이었다. 특히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기에 읽어서인지 책의 내용이 다르게 다가왔다.

 

2020년을 시작할 때는 앞으로의 시간을 생각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올해는 어떤 시간을 보내고 싶은지.

그런데 12월이 되니 자연스럽게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게 되었다. 잘 살아왔는지, 놓친 것은 무엇인지, 내가 너무 마음을 쓰고 있었던 것은 무엇인지.

한 해의 시작과 마지막에 같은 사람의 글을 읽었지만, 내가 책을 바라보는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2020년 2월과 12월에 읽었던 『스스로 행복하라』와 『좋은 말씀』의 표지를 직접 촬영하였습니다.
한 권은 2020년 초에, 한 권은 한 해를 마무리하며 읽었다. 시간이 지나 다시 바라보니 두 책이 하나의 독서 기록처럼 남아 있다.

 

같은 책이 아니라, 다른 마음으로 만난 두 권

생각해보면 두 책은 나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던졌다.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을 때는 앞으로의 삶을 생각했다.

그리고

『좋은 말씀』을 읽을 때는 지나온 삶을 돌아보았다.

하지만 결국 두 책이 향하는 곳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무엇이 정말 중요한가. 그리고 나는 어떤 마음으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가. 법정 스님의 글을 읽다 보면 거창한 성공이나 특별한 삶을 이야기하는 것 같지 않다. 오히려 아주 평범한 하루를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많이 가지는 것보다 필요한 만큼 가지는 것. 많이 말하는 것보다 꼭 필요한 말을 하는 것.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는 것보다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 어쩌면 그런 태도가 법정 스님이 평생 보여주신 삶의 모습이 아니었을까 싶다.

 

평생 무소유를 지키다 가신 어른

법정 스님을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말은 역시 '무소유'다. 하지만 책을 읽고 난 뒤에는 무소유라는 말을 조금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 무소유는 단순히 물건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진 것에 지나치게 매이지 않는 삶에 가까운 것이 아닐까.

무언가를 소유하는 순간부터 우리는 그것을 잃을까 걱정하기도 한다. 더 좋은 것을 갖게 되면 그것을 지키려고 또 애쓰게 된다. 그러다 보면 정작 지금 내 앞에 놓인 삶을 충분히 바라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서 법정 스님의 글은 '비움'을 이야기하면서도 오히려 삶을 더 풍요롭게 바라보게 한다. 무언가를 덜어내면 그 자리에 다른 것이 들어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용히 생각할 수 있는 시간. 가까운 사람을 돌아볼 수 있는 마음.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여유. 그리고 오늘 하루를 살아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것.

 

2020년의 시작과 끝

2020년 2월에는 『스스로 행복하라』를 읽었고, 2020년 12월에는 『좋은 말씀』을 읽었다.

처음에는 두 책을 따로 읽었다. 하지만 한 해의 시작에서 나에게 "어떻게 행복하게 살아갈 것인가"를 생각하게 했고, 다른 한 권은 한 해의 마지막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왔는가"를 돌아보게 했다.

2020년의 시작과 마지막을 법정 스님의 글과 함께했다는 사실도 이제 와서야 의미 있게 느껴진다. 그때는 단순히 좋은 책을 읽었다고 생각했지만, 지나고 보니 한 해의 처음과 끝에서 같은 어른의 말씀을 만난 셈이다. 그리고 책을 덮은 지금도 마음 한편에 남아 있는 질문이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을 더 가지려고 하는가. 그리고 무엇을 내려놓으면 조금 더 편안하게 살아갈 수 있을까. 법정 스님이 남긴 글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이런 질문을 다시 꺼내게 한다. 2020년의 시작과 마지막을 함께했던 두 권의 책. 

『스스로 행복하라』와 『좋은 말씀』.

시간이 지나 다시 돌아보니, 두 책은 그해의 처음과 끝에서 나에게 서로 다른 질문을 건넨 책으로 남아 있다.

책 정보

『스스로 행복하라』

항목 내용
제목 『스스로 행복하라』
지은이 법정
출판사 샘터사
출간일 2020년 1월 6일
페이지 216쪽
ISBN 978-89-464-2115-8

 

※ 2020년 법정 스님 열반 10주기 특별판이자 샘터 50주년 · 지령 600호 기념판으로 출간되었습니다.

 

『좋은 말씀』

항목 내용
제목 『좋은 말씀』
부제 법정 스님 법문집
지은이 법정
엮은이 맑고 향기롭게
출판사 시공사
출간일 2020년 4월 30일
페이지 387쪽
ISBN 978-89-527-8600-5

 

※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법회와 대중 강연에서 전해진 미출간 법문 31편을 담은 책입니다.

 

마무리하면

한 해를 시작할 때와 한 해를 마무리할 때 읽은 두 권의 책은 시간이 지난 지금도 내 책장에 남아 있다.

『스스로 행복하라』와 『좋은 말씀』

앞으로도 삶이 복잡해질 때면 다시 꺼내 읽고 싶은 책으로 남을 것 같다. 여러분에게도 시간이 지나 다시 펼쳐보고 싶은 책이 있나요? 처음 읽었을 때와 지금 다시 읽었을 때, 같은 문장이 다르게 다가온 적은 없으신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