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에는 『앵무새 죽이기』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앵무새 죽이기』를 다시 읽으며2021년, 영문학을 공부하던 딸아이가 학교 과제로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원서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서로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번역본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는 딸아이의 말에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았고, 제목만 알고 있었을 뿐 하퍼 리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첫장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책을 읽어갈수록 페이지 수는 크게 ..
영화로 먼저 만난 역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 1·2권 완독 후기영화 속 강렬한 잔상이 계기가 되어 펼친 책이었지만, 소설이 전해준 울림은 기대보다 훨씬 크고 깊었습니다.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섬의 비극을 다룬 한수산 작가의 장편소설 『군함도』 1·2권을 완독하고 느낀 감상을 정돈해 남겨봅니다. 영화에서 소설로 넘어가게 된 계기처음 '군함도'라는 이름을 접한 건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고 폐쇄적인 섬.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가혹한 탄광 노동을 해야 했던 역사의 현장은 보는 내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시간 남짓한 영화의 러닝타임만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당시 정교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들여다보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일본 소설에 대한 선입견을 깔끔하게 지워준 책제가 처음 접했던 일본 소설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였습니다. 당시에는 문화적인 차이 때문이었는지, 작가 특유의 관념적인 문체 때문이었는지 이야기를 매끄럽게 따라가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끝까지 읽기는 했지만, 완전히 이해했다는 느낌보다는 **'일본 소설은 나에게 조금 어렵고 생소하구나'**라는 선입견이 더 크게 남았습니다. 그 후 한동안 일본 작가의 작품을 일부러 찾아 읽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2019년 4월 서점에 들렀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눈이 띄는 책 한 권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습니다. 수많은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사랑받고 있다는 사실에 호기심이 생겼고, '이번에는 다시 한번 도전해 봐도 좋겠다..
2021년, 우연히 마주친 까칠한 이웃2021년 우연히 프레드릭 배크만의 소설 『오베라는 남자』를 손에 쥐었습니다. 처음 책장을 펼쳤을 때 마주한 인물은 유쾌하거나 다정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사소한 규칙 하나도 그냥 넘기지 못하고, 이웃들을 답답하게 바라보는 고집스러운 노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참 유별나고 까다로운 사람이구나'라는 인상이 강했습니다. 그러나 이야기를 따라갈수록 무뚝뚝함 뒤에 숨겨진 진실이 드러나기 시작했습니다. 세상을 향해 세워둔 차가운 벽 뒤에는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깊은 상실감과 외로움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움에서 시작해 나중에는 가슴 따뜻한 울림으로 바뀐 이 소설은, 결국 한 사람이 타인과 다시 연결되며 삶을 되찾아가는 과정을 그려낸 깊은 연대의 이야기입니다. ..
한눈에 보는 도서 정보구분내용도서명『고구려』저자김진명장르한국 장편 역사소설주요 인물미천왕,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 등핵심 주제고구려의 성장사, 전쟁과 국가의 리더십, 역사 속 인물들의 선택한줄평연도와 암기 속에 갇혀 있던 역사를 생동감 넘치는 사람의 이야기로 다시 불러내는 소설1. 교과서에서 외웠던 고구려를 다시 만나다학창 시절 한국사를 공부하면서 '고구려'라는 이름을 참 많이 접했습니다. 미천왕, 고국원왕, 소수림왕, 고국양왕, 광개토대왕까지, 왕의 이름과 주요 업적을 외우고 시험을 준비했던 기억은 분명하게 남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시대를 실제로 살아간 사람들의 모습지 깊이 생각해보지는 못했습니다. 역사를 공부할 때는 대부분 연도와 큰 사건을 중심으로 기억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그..
양귀자 『모순』을 다시 읽으며 생각한 행복과 삶의 선택에 대한 이야기한눈에 보는 도서 정보도서명 : 『모순』저자 : 양귀자출간 : 1998년분야 : 한국 장편소설주요주제 : 가족, 사랑, 행복, 선택, 삶의 아이러니개인 독서 이력 : 2020년 첫 독서 후 재독한줄평 :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었을 때, 책보다 달라진 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드는 소설 1. 몇 년만에 다시 꺼내 든 『모순』좋은 책은 한 번 읽고 끝나는 책이 아니라, 시간이 흐른 뒤 다시 읽었을 때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양귀자의 『모순』이 저에게는 바로 그런 작품입니다. 저는 2020년 7월에 처음 이 책을 읽었습니다. 당시에도 인상 깊게 읽었던 소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책장 한편에 꽂아두고 자연스럽게 잊고 지냈..
김훈의 문장으로 재탄생한 안중근의 삶2022년 김훈 작가의『하얼빈』이 출간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큰 고민 없이 책을 선택했습니다. 김훈 작가의 『칼의 노래』와 『남한산성』을 읽으며 역사 속 인물을 바라보는 작가 특유의 날카로우면서도 쓸쓸한 시선에 깊이 매료되었기 때문입니다. 김훈 작가는 역사적 사건을 단순히 나열하거나 거창하게 미화하지 않습니다. 대신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이 순간순간 느꼈을 고독, 두려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선택의 순간을 뼈대만 남긴 단단한 문장으로 그려냅니다. 우리는 안중근 의사를 잘 알고 있습니다. 1909년 10월 26일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의거와 1910년 3월 26일 뤼순 감옥에서 순국한 역사적 사실은 익숙합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건의 결과'를 아는 것..
대학생 딸의 추천으로 만난 뜻밖의 인생작2021년 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하던 큰딸이 읽고 있던 원서 한 권을 저에게 추천해 주었습니다. 바로 크리스토퍼 폴 커티스(Christopher Paul Curtis)작가의 『난 버디가 아니라 버드야 (Bud, Not Buddy)』였습니다. 딸은 이 책이 아이들뿐만 아니라 어른이 읽어도 깊은 울림을 주는 명작이라며 아동문학의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뉴베리상을 받은 작품이라는 점도 알려주었습니다. 영문 원서로 읽는 딸과 달리 번역본으로 책을 펼친 저는, 처음엔 그저 흔한 어린이 모험 소설 정도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보다 훨씬 깊고 묵직한 삶의 가치들이 밀려왔습니다. 어머니를 잃은 소년이 아버지를 찾아 떠나는 여정 속에는 가족을 잃은 상실감, 차별과 ..
7년이라는 시간 속에서 다시 꺼내본 한 권의 책책을 읽은 지 7년이 지났는데도 제목 하나만으로 당시의 분위기와 문장의 온기가 선명하게 떠오르는 소설이 있습니다. 저에게는 유영민 작가의 ** 『오즈의 의류수거함』**이 바로 그런 책입니다. 처음 이 책을 손에 주었던 이유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오즈의 의류수거함'이라는 제목이 주는 독특한 호기심 때문이었습니다. '의류수거함'이라는 차갑고 현실적인 단어와 '오즈'라는 동화적이고 환상적인 단어가 한 문장 안에 놓여 있는 모습이 묘하게 인상적이었습니다. 유명 동화 『오즈의 마법사』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만드는 호기심으로 가볍게 첫 장을 펼쳤습니다. 하지만 예상을 깨고 책 속에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묵직한 삶의 고달픔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청소년기의 방황과 경제..
기욤 뮈소의 소설을 다시 찾게 되는 이유책을 읽다 보면 유난히 손이 자꾸 가는 작가가 있습니다. 저에게 기욤 뮈소가 그런 작가입니다. 처음 읽었던 작품은 『구해줘』였습니다. 이후 『종이여자』, 『인생은 소설이다』등을 차례로 읽으며 자연스럽게 그의 신작을 찾아 읽는 독자가 되었습니다. 기욤 뮈소의 소설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습니다. 문장이 어휘적으로 지나치게 까다롭지 않아 비교적 편하게 읽히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책에서 손을 떼기가 어려워집니다. "다음 장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질까?" 이런 순수한 궁금증이 계속해서 꼬리를 물기 때문입니다. 특히 사건의 진실을 어느 정도 파악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새로운 단서가 등장하면서, 독자가 스스로 세웠던 가설을 끊임없이 수정하게 만듭니다. 그래서 그의 책을 읽을 때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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