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리 유고시집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박경리 작가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역시 『토지』 다. 수많은 인물과 긴 세월의 이야기를 담아낸 대작을 통해 박경리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나 역시 박경리 작가를 처음 떠올릴 때 소설 『토지』가 가장 먼저 생각났다. 그런데 이번에 다시 펼쳐본 책은 소설이 아니라 한 권의 시집이었다.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박경리 작가의 유고시집이다. 이 책을 처음 만난 것은 사이판에서 생활하고 있을 때였다. 박경리 작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접했던 것도 사이판에서였다. 시간이 조금 흐른 뒤, 잘 아는 어린 친구에게 이 책을 선물 받았다. 그때는 단순히 궁금했다. 장편소설을 써온 작가가 시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
다니엘 콜 지음 · 유혜인 옮김 · 도서출판 북플라자※ 스포일러 주의이 글에는 『봉제인형 살인사건』의 주요 사건과 결말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책을 읽지 않으신 분이라면 참고해 주세요. 한여름, 다시 꺼내 든『봉제인형 살인사건』한여름이 되면 이상하게도 평소보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소설에 손이 간다. 무더운 날씨 속에서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잠시 현실을 잊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여름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랜만에 눈에 들어온 책이 있었다. 바로 다니엘 콜의 『봉제인형 살인사건』이다. 사실 이 책은 처음 읽은 책이 아니다. 2019년에 이미 한 번 읽었던 책인데, 책장을 정리하다가 우연히 제목을 발견하면서 다시 펼쳐보게 되었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 보니 조금 의외였다. 나는 원래 잔혹..
김탁환 · 이원태 지음 | 돌베개 ※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소장하고 있는 『대장 김창수』 표지와 내면 직접 촬영본 ※ 아래에서 언급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내용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며, 소설 속 장면과 실제 역사 기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광복절에 다시 꺼내 든 『대장 김창수』광복절을 앞두고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전부터 책장 한쪽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대장 김창수』.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김구'였다. 하지만 표지에는 익숙한 이름 대신 '김창수'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김창수. 백범 김구가 되기 전, 그가 사용했던 이름이다. 이 책을 처음 구입했던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기욤 뮈소 『인생은 소설이다』양영란 옮김 · 밝은세상 ※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설정과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좋아하는 작가라는 이유만으로 선택했던 책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특별한 이유가 없어도 한번쯤 읽어보고 싶어진다. 기욤 뮈소도 나에게 그런 작가 중 한 명이다. 2021년 6월, 여름이 시작될 무렵 『인생은 소설이다』를 읽었다.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인생은 소설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조금 낭만적인 제목처럼 느껴진다. '인생을 소설에 비유한 이야기일까?' 처음에는 그 정도로 생각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복잡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현실과 소설의 경계가 흔들리고, 작가와 등장인물의 관계가 뒤섞인다. 책을 읽으면서 몇 번이나 이런 생각을 했다. "지금 내..
김호연 장편소설 『불편한 편의점 1·2』펴낸 곳 : 나무옆의자※ 이 글에는 『불편한 편의점 1·2』의 주요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일부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2022년 5월, 조카가 보내준 한 권의 책『불편한 편의점』 1편을 처음 마주한 것은 2022년 5월이었다. 책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 있던 조카가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며 책 한 권을 보내왔다. 책을 받아들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이었다.불편한 편의점. 편의점이라고 하면 보통 편리함을 떠올린다. 필요한 물건을 쉽게 살 수 있고, 늦은 시간에도 이용할 수 있으며, 잠깐 쉬어갈 수도 있는 익숙한 공간이다. 그런데 그 앞에 '불편한'이라는 단어가 붙어 있었다. 왜 불편할까, 어떤 사람들이 등장하는 이야기일까. 궁금한 마음으로 첫 ..
헤르만 헤세 『데미안』 | 안인희 옮김 | 문학동네 ※ 스포일러가 포함된 서평입니다.이 글에는 『데미안』의 주요 내용과 인물, 작품에 대한 해석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고전문학은 왜 시간이 지나면 다르게 읽힐까고전문학은 나에게 늘 조금 어려운 장르였다. 특히 학창 시절에 읽었던 고전은 더욱 그랬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은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책장을 넘겼던 기억이 있다. 독후감을 써야 하는 날이면 책에서 인상적인 문장을 몇 개 찾아내고, 그럴듯한 감상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나는 책을 읽었다기보다 독후감을 쓰기 위해 책을 읽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다시 책을 읽다 보니 고전문학을 바라보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고전은 반드..
※스포일러 주의이 글에는 『가재가 노래하는 곳』의 주요 내용과 인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2019년에 읽었던 책을 다시 꺼내 들다지난 주말, 여의도 IFC몰에 있는 영풍문고에 들렀다가 익숙한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델리아 오언스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었다. 서점에서 책을 다시 마주하는 순간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것은 2019년 9월이었다. 당시에는 온라인에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고 관심이 생겨 읽게 되었다. 459페이지에 달하는 꽤 두꺼운 책이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쉽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책을 펼치니 생각보다 빠르게 읽혔다. 카야에게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했고, 이야..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 문학동네 * 스포일러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이 글에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요 내용과 인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강의 작품 가운데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은『소년이 온다』였다.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도 책장을 덮은 뒤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었지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
※ 이 글에는 『앵무새 죽이기』의 주요 내용과 결말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 『앵무새 죽이기』를 다시 읽으며2021년, 영문학을 공부하던 딸아이가 학교 과제로 『앵무새 죽이기』를 읽고 있었습니다. 딸아이가 원서로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겼습니다. 원서로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번역본도 있으니 한 번 읽어보라는 딸아이의 말에 책을 펼쳐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솔직히 자신이 없었습니다. 책의 분량도 만만치 않았고, 제목만 알고 있었을 뿐 하퍼 리라는 작가에 대해서도 잘 알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두꺼운 소설을 내가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으로 첫장을 넘겼습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책을 읽어갈수록 페이지 수는 크게 ..
영화로 먼저 만난 역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 1·2권 완독 후기영화 속 강렬한 잔상이 계기가 되어 펼친 책이었지만, 소설이 전해준 울림은 기대보다 훨씬 크고 깊었습니다.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섬의 비극을 다룬 한수산 작가의 장편소설 『군함도』 1·2권을 완독하고 느낀 감상을 정돈해 남겨봅니다. 영화에서 소설로 넘어가게 된 계기처음 '군함도'라는 이름을 접한 건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고 폐쇄적인 섬.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가혹한 탄광 노동을 해야 했던 역사의 현장은 보는 내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시간 남짓한 영화의 러닝타임만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당시 정교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들여다보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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