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책은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 기억에서 멀어지지만, 어떤 책은 책장을 덮은 뒤에도 오랫동안 마음속에 깊은 여운으로 남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장편소설 『직지 1·2 : 아모르 마네트』(쌤앤파커스)가 내게는 바로 그런 책이었습니다. 이 책을 처음 읽었던 당시의 기억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두 권으로 이루어진 책이었지만 이야기는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읽혀 내려갔습니다. 오랜만에 예전 독서 기록을 다시 꺼내어 살펴보니, 1권을 단 하루 만에 완독했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그만큼 다음 이야기가 궁금했고, 한 번 잡은 책을 쉽게 내려놓기 어려웠던 모양입니다.책을 다 읽은 뒤에는 주변 친구들에게 오랫동안 이 책을 권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재미있게 읽었다는 말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무언가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
이미예 장편소설 · 팩토리나인 책을 읽은 날짜나 선물 받은 순간을 첫 장에 가만히 적어두는 습관이 있습니다. 시간이 한참 흐른 뒤 책장을 정리하다 보면, 줄거리보다 먼저 그 빛바랜 날짜가 눈에 들어오곤 합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그 계절의 공기와 당시 내 삶의 상황, 그리고 그때의 내 마음자리가 생생하게 되살아납니다.이미예 작가의 힐링 판타지 장편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 시리즈(팩토리나인) 역시 저에게는 지난 몇 년간의 삶의 궤적이 고스란히 쌓여 있는 특별한 작품입니다. 2020년 겨울에 시작되어 2026년 최신작 『달러구트 꿈 백화점 0』으로 이어지기까지, 이 책은 팍팍한 현실을 살아가는 저에게 늘 조용한 위로를 건네주었습니다. 1. 2020년 12월, 잠든 이들에게 펼쳐지는 기발한 상상력과의 첫 ..
책을 읽고 나면 나는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가능하면 언제 읽었는지, 언제 선물 받았는지, 누구에게 받았는지를 책에 기록해 둔다.시간이 지나 다시 책장을 바라보았을 때, 그 책의 내용뿐 아니라 그 책을 만나게 된 순간까지 함께 기억하고 싶기 때문이다. 어떤 책은 서점에서 직접 골라 읽기도 하지만, 어떤 책은 누군가의 추천으로 만나기도 한다. 그리고 또 어떤 책은 선물로 내게 온다.김영하의 장편소설 **『작별인사』**는 그런 책이다. 이 책은 내가 직접 골라서 읽은 책이 아니었다. 2022년 10월 20일, 조카에게 선물받았다. 책을 읽고 난 뒤 책에 남겨둔 기록을 보니 그 날짜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그 기록을 다시 보니, 책의 내용과 함께 조카에게 책을 선물받았..
책을 읽다 보면 뜻하지 않게 다른 책으로 이어지는 순간이 있다. 2025년 1월, 유홍준의 『나의 인생만사 답사기』를 읽던 중 홍세화 선생에 대한 이야기를 접하며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홍세화 선생은 과연 어떤 삶을 살아오셨을까?' 인터넷으로 그의 삶의 궤적을 찾아보다 대표작으로 알려진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를 알게 되었고, 자연스럽게 책을 찾아 읽게 되었다. 처음부터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거창하게 계획했던 것은 아니다. 한 권의 책에서 알게 된 이름이 궁금했고, 그 궁금증을 따라가다 자연스럽게 만나게 된 책이었다. 돌이켜보면 이런 예기치 않은 연결이 독서의 가장 큰 즐거움이 아닐까 싶다. 내가 미처 알지 못했던 인물의 삶을 발견하고, 그 삶을 거울삼아 내가 살아가는 시대까지 돌아보게 되기 때문이..
※ 이 글에서 언급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의 상황은 『몽화』의 내용을 바탕으로 이해한 것입니다. 소설 속 허구적 설정과 실제 역사적 기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좀약 냄새가 나던 책 한 권2017년 2월이었다. 교육계에서 오랫동안 몸담으셨다가 퇴직하신 한 노신사에게 책 두 권을 선물 받았다. 피천득의 수필집 『인연』과 권비영의 『몽화』였다. 추운 어느 날, 그분은 두 권의 책을 서류 봉투에 가지런히 넣어 건네 주셨다. "읽어보세요" 짧은 말과 함께 돌아서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집으로 돌아와 서류 봉투를 열었을 때 조금 재미있는 일이 있었다. 책에서 먼저 느껴진 것은 책의 내용이 아니라 좀약 냄새였다. 아마 책을 오래 보관하기 위해 넣어두셨던 모양이다. 오래된 책에서 나는 특유의 냄새가 코..
2022년 6월, 회사 동료의 소개로 『파친코』를 처음 알게 되었다. 어느 날 동료가 영상을 통해 알게 된 『파친코』 이야기를 해주면서 책으로 읽어보면 좋겠다는 말을 했다. 당시에는 책의 내용에 대해서는 자세히 알지 못했다. 그저 동료가 추천해 준 책이라는 이유로 관심이 생겼고, 이야기를 듣고 나니 직접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서점을 찾아봤는데 당시에는 책을 쉽게 구하기가 어려웠다. 결국 중고책으로 『파친코』 1권과 2권을 한꺼번에 구입했다. 그렇게 두 권을 나란히 놓고 읽기 시작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파친코』는 이민진의 장편소설로, 이미정이 옮겼으며 문학사상에서 출간된 작품이다. 현재 널리 알려진 Apple TV+ 드라마의 원작이기도 하다. 『파친코』를 추천해 준 동료도 App..
김탁환 · 이원태 지음 | 돌베개 ※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과 역사적 사실에 대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습니다.소장하고 있는 『대장 김창수』 표지와 내면 직접 촬영본 ※ 아래에서 언급하는 역사적 사건과 인물에 대한 내용은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 간략하게 정리한 것이며, 소설 속 장면과 실제 역사 기록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광복절에 다시 꺼내 든 『대장 김창수』광복절을 앞두고 책장을 정리하다가 오래전부터 책장 한쪽에 꽂혀 있던 책 한 권을 발견했다. 『대장 김창수』. 책 제목을 보는 순간 가장 먼저 떠오른 이름은 '김구'였다. 하지만 표지에는 익숙한 이름 대신 '김창수'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김창수. 백범 김구가 되기 전, 그가 사용했던 이름이다. 이 책을 처음 구입했던 것은 2018년 1월이었다..
한강 『작별하지 않는다』 | 문학동네 * 스포일러가 포함된 서평입니다. 이 글에는 『작별하지 않는다』의 주요 내용과 인물, 결말에 대한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아직 책을 읽지 않으신 분들은 참고해 주세요.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소식을 듣고 가장 먼저 떠오른 책2024년 10월,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을 들었다. 한국의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았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개인적으로 한강 작가의 작품을 다시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한강의 작품 가운데 내가 이전에 읽었던 책은『소년이 온다』였다. 『소년이 온다』를 읽었을 때도 책장을 덮은 뒤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다. 역사적 사건을 다룬 소설이었지만 단순히 과거의 이야기를 읽는다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 안에서 살아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와 ..
영화로 먼저 만난 역사, 한수산 장편소설 『군함도』 1·2권 완독 후기영화 속 강렬한 잔상이 계기가 되어 펼친 책이었지만, 소설이 전해준 울림은 기대보다 훨씬 크고 깊었습니다. 지옥섬이라 불리던 하시마섬의 비극을 다룬 한수산 작가의 장편소설 『군함도』 1·2권을 완독하고 느낀 감상을 정돈해 남겨봅니다. 영화에서 소설로 넘어가게 된 계기처음 '군함도'라는 이름을 접한 건 영화를 통해서였습니다. 바다 한가운데 떠 있는 작고 폐쇄적인 섬. 그리고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이 강제 동원되어 가혹한 탄광 노동을 해야 했던 역사의 현장은 보는 내내 마음을 묵직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2시간 남짓한 영화의 러닝타임만으로는 등장인물들의 복잡한 내면과 당시 정교한 시대적 배경을 충분히 들여다보기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었습니다..
김진명 장편 역사소설 · 『고구려』 1 ~ 7권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고구려는 넓은 영토와 강한 군사력을 지닌 나라로 기억되었습니다. 여러 왕의 이름과 주요 사건을 외우며 역사를 공부했지만, 그 시대를 살아간 사람들은 어떤 고민을 했으며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 깊이 생각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김진명 작가의 장편 역사소설 『고구려』 1권부터 7권까지를 읽으면서 역사를 조금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역사책에서 짧게 접했던 왕과 사건들이 소설 속에서는 인물들의 관계와 갈등, 선택이 이어지는 이야기로 펼쳐졌기 때문입니다. 역사는 이미 지나간 과거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고민들이 있습니다. 위기의 순간에 어떤 판단을 내려야 하는지, 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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